80. [난임일기9] 일상생활의 붕괴

왜 아무도 나한테 이런거 안알려줬어?

by OHarmony

나는 임신 8주차 임산부가 되었다.

지금 작성하고 있는 난임일기는 난임병원을 졸업하기 전까지만 작성해 볼 생각이다.

담당 의사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별 이슈 없이, 다음주 화요일이 마지막 난임병원 진료가 되길 희망하고 있다.

어제부로 드디어 주사와 질정 사용을 모두 끝냈다. 이제 인위적인 보조제 없이도 아기가 잘 자라주길..


<입덧 시작>

임신 7주차쯤부터 가벼운 울렁거림이 시작되더니 8주차 4일째던 날 밤에는 속이 쓰리고 느글거려 도저히 잠이 들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임신을 하고서야 깨달았다. 잘 먹고 잘 자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먹고 싶은게 거의 없어질 뿐만 아니라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은 꼴도 보기 싫어지고, 갑자기 먹고싶은 것이 생겨서 남편을 부려먹어봐도 결국 눈앞에 나타난 음식에 흥미가 떨어져버리는 이상해진 입맛. 아무리 다른 곳에 집중하며 입덧을 잊어보려해도 하루종일 체한 것 처럼 울렁거리는 속은 나를 맨정신으로 놔두지 않았다.

결국 주말 아침 남편을 일찍 깨워서 집 주변 산부인과에 방문해 입덧약(디클렉틴)을 처방받았다.

그런데 이 입덧약, 효과가 끝내준다. 입덧이 약해진 것과 동시에 하루종일 졸음이 쏟아진다. 집안에서 몽롱한 상태로 침대와 식탁만 전전하고 있다.

예상치 못했다. 임신이 이런거였다니. 임신은 나의 일상생활을 붕괴시켜버렸다.


<울다가 웃다가>

우리 집안에서 첫째인 나는 주변에 아이를 낳은 친구들은 있지만, 가까운 가족은 없다.

아직 주변에 임밍아웃을 하기도 전이라, 임신과 출산에 대해 궁금한게 있어도 누군가에게 직접 물어보기가 좀 어려운 상황. 그래서 유튜브와 맘카페를 돌아다니기도하고 관련 작품들도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관련 정보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임신과 출산에 대해 다룬 웹툰과 드라마를 즐겨보고있는데 보면서 정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작품에서 나름 재미있게 표현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산모의 신체적 고통, 심리적 불안감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게 내 이야기가 된다고? 저렇게 힘들다고?' 나는 낄낄낄 웃다가도 갑자기 두려워져서 아이처럼 으어엉 울어버렸다.


내 뱃속에 심장소리를 내는 하나의 생명체가 하나 더 있다는게.

정말 신비롭고 감사하기도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엄청나고 무섭기도하다.

임신과 출산이 여자에게 이렇게 힘든 과정을 요구한다는걸, 왜 아무도 내게 가르쳐준적이 없는가...

심지어 그동안 여자인 나조차도 그다지 궁금해하지 않았었네..

물론 아이는 축복이고, 행복이고, 선물이지만 겁쟁이고 쫄보인 나에게는 그 선물이 커다란 걱정주머니 안에 들어있다는걸 너무 뒤늦게 깨달은 느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내게 찾아와준 아이가 끝까지 건강하게 내 뱃속에서 살아남아 세상에 나와주기를 희망한다.

내 욕심으로 만들어놓고 징징대기만 해서는 안되지. 앞으로 더 얼마나 스펙타클한 미래가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