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마미도 아가 성별에 민감해야하나요
임신 10주차, 아빠의 생신을 맞이해서 오랜만에 온가족이 모인날.
아직 임신초기이긴했지만 유산의 확률이 많이 낮아졌다고 판단했기에 친정식구들 앞에서 '임밍아웃'을 했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편지나 초음파사진 등을 준비하길래, 나도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척하며 초음파 사진이 들어있는 카드를 전달해드렸다. 아빠와 엄마는 크게 놀라셨고 내 손을 덥석 잡으시며 좋아하셨다. 난임으로 인해 병원을 다니며 약 6개월간 고생했던 나를 아셨기에 더 크게 기뻐해주셨던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엄마의 질문 "성별은 나왔니?"
아 엄마가 우리를 낳은지 하도 오래되셔서 성별확인이 언제 가능한지 아직 모르시는구나 "아니, 아직은 몰라"
"아들일거야. 아들이어야해. 아들!(단호)"
".....?"
임신 16주차, 산부인과 정기검진일이 되던날.
보통 그때쯤 되면 초음파를 통해 성별을 확인할 수 있다기에 부푼 마음을 안고 산부인과 진찰대 위에 누웠다.
차가운 젤을 바른 초음파기계를 연신 내 아랫배에 가져다 대시던 의사 선생님께서는 꽤 오랜시간 내 배 이쪽 저쪽을 누르시더니 "음, 아이 자세가 하늘을 보고있어서 성별 확인하기가 어렵네. 아까 잠깐 보이는 걸로 봐서는 딸 같아요."
만 35세 이상의 노산인 나는 어차피 '니프티검사'를 하려고 했었기에 니프티검사 결과로 성별도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뒤 산부인과를 나왔다.
병원에서 나온 뒤 가족들에게 '아이 자세가 애매해서 잘 모르겠지만 딸인 것 같다고 병원에서 얘기해주었다.'라고 알려주었는데, 곧이어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병원 잘 다녀왔어? 성별은.. 아직 확실한거 아니래지?"
".....!"
그리고 일주일 뒤, 니프티검사 결과가 문자로 통보 되던 날.
'Y염색체 미검출로 나왔습니다.'
'아, 진짜 딸이구나!'
"나 정말 딸이래요~ 방금 병원에서 문자받았어!"
이어지는 아빠와 동생의 축하 메시지.
그리고 조용한 우리 엄마..
며칠 뒤 엄마와의 통화
"엄마는 딸이든 아들이든 다 상관없어~ 그런데 이왕이면 아들이 좋아서 그런거지. 혹시 둘째 생각도 있니?"
이햐아.. 우리 엄마가 시어머니 입장이었다면 범국민적으로 욕먹었겠는데..?
물론, 엄마는 19주차가 된 지금까지 매주 나와 내 아이의 건강을 염려해주시는 분이다.
뭐 먹고싶은거 없냐며 찐친정엄마 바이브를 보여주시는 우리 엄마인데
왜 이렇게도 아들을 원하시는걸까?
요즘은 되려 '여아선호' 분위기가 더 확대되어 가고있는데도 '아들'을 원하는 엄마를 보고있노라면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1. 아들을 간절히 원하던 그 윗세대(할머니, 할아버지)의 영향이 지금까지 엄마에게 이어지고 있는걸까?
- 우리 엄마가 결혼하고 출산하실 무렵에는 '아돌선호사상'이 아직 건재했을 때였다. 특히 우리 조부모님께서 아들을 많이 바라셨었다고 들었다. (우리집은 딸만 2명이다) 내가 결혼할 때 생각보다 더 서운해했던 엄마의 표정을 기억해보니, '아들은 본인 소유이고, 딸은 남준다'고 생각하던 옛날꽃날 사고방식이 아직 있으시려나
2. 아들이 없어서 아들이 궁금하시고 더 갖고싶으신건가?
- 우리 자매가 엄마아빠에게 엄청난걸 해드린적은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생애주기에 맞게 주어진 과제들을 잘 해결해나가고있고 부모님께도 잘 못해드리고 있는건 아닌데, 뭔가 부족하신걸까? 아니면 아들있는 다른 집안들이 부러웠나.
3번 이상 엄마에게 '아들 타령'을 듣고있자니 열이 나서 엄마에게 버럭해버렸다.
"요즘은 딸이 더 환영받는 분위기야 엄마! 그리고 난 딸이든 아들이든 다 똑같아. 애들한테 바라는거 하나도 없어. 친구 같은 딸도, 든든한 아들도 원하지 않고 그저 건강하게 자립하는 사람으로만 자랐으면 좋겠구만, 엄마 왜 자꾸 아들 타령이야ㅠㅠ"
알고있다. 아들타령이든 딸타령이든, 그게 어떤 이유에서건 엄마는 그게 다 '나'를 위해 하는 생각과 말이었을거라는 걸.
그치만 그냥 ONLY '축하'만 바라는 모든 임산부의 마음을.. 왜 다 까먹으셨나구요~~!!!
(사진출처: 마미톡 어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