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엄마의 새로운 정체성 받아들이기
임신 5개월쯤 접어드니 나 자신이 체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에게도 내가 임산부임이 더 티가 나게 된다.
몇 주 전만해도 그냥 아기 똥배 같던 내 배는
이제 똥배 수준의 크기를 넘어
어느 내장지방 가득한 아저씨의 배 크기만큼 커졌고
소화기관의 기능이 떨어져서 돌아온 입맛이 무색하게 음식을 생각만큼 많이 먹지 못하고 있다.
입덧을 꽤 오래 겪었기에 현재 나아진 식사 수준에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어느 정도 음식을 먹고나면 입에서는 즐겁지만 속에서는 숨쉬기 힘들정도로 더부룩해지니, 꽤 아쉬운 기분(?)이 든달까.
외부에서 나를 보는 시선에서도 나는 ‘그냥 30대 여성’ 이기보다는 ‘임산부’가 된다.
가족들은 나를 기존보다 더 신경써주고, 직장에서도 동료들은 나에게 ‘뱃 속 아기’에 대해 묻는다. ‘재료소진으로 금일 영업을 마감합니다’라고 써붙인 식당에서는 돌아서는 나를 불러세워 “임산부이세요?” 물으시고는 기꺼이 가게 문을 열어 음식을 내주시기도 했다.
물론 시장에서 일부 상인들이 ”임산부는 면역력이 약하니까 우리 00을 좀 사 드셔야돼.“ 라는 등 영업을 하시기도하고 종종 대중교통 임산부석에 앉지
못할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임산부’이기에 배려받아야 할 존재로 인식되어지고 있다고 느낀다.
이렇게 나는 이제 정말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아내, 어느 회사의 직장인’이라는 정체성에 더해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버렸음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아직은 낯설고 어색하며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하고 동시에 겁이 나기도 하는 이 새로운 정체성을 나는 무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금의 두근거림이 후에는 무한한 행복될 수 있을까?
어느새 인생의 30% 이상을 살아내어 꽤 익숙해진 삶이라 여겼던 많은 것들에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날까.
첫임신 첫출산 첫육아 첫부모
내게 ‘첫 경험’을 다시 하게 해준 아가와
남은 삶을 잘 살아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