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에게 필요한 것

보살핌 받고 싶다 더!!!

by OHarmony

원래부터 남에게 뭘 부탁하고 요청하는 것보다는 뭐든 가능하다면 내 힘으로 스스로 해내는 것을 선호했다.

도움을 받는 것 보다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익숙하다고 느꼈었다.


하지만

임산부가 되고보니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는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유지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심지어 누군가의 손길과 지지가 이때보다 간절하게 느껴진 적이 있나 싶을 정도다.


1. 임신 초기, 입덧이 심했을 때. 집에서 나는 냄새란 냄새는 다 역해서 방문 밖을 나가기를 힘들어하는 나 때문에 남편은 한동안 집에서 밥을 해먹지도 못하고 내가 가끔 땡겨하는 음식(겨우 한 두입 먹을 거면서)을 실시간으로 챙겨주기 위해 바쁘게 움직여줬다. 더불어 그 외 집안일도 다 남편의 몫..


2. 임신 중기, 입맛은 돌아왔지만 이제는 소화가 잘 되지않고 변비까지 생겨 밤마다 괴로워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자다가도 “남편!”을 부르는 내 목소리에 벌떡벌떡 일어나 등을 두드려주고있다.


3. 나름 독립적이라고 스스로 여기며 살아온 내가 요즘은 어찌나 엄마가 그리운지. 엄마 집밥, 엄마의 손길 등. 여기에서 자가용으로 2시간이나 걸리는 친정부모님의 집 근처로 이사를 가야하나 진지하게 고민을 했더랬다. 결국은 갑작스러운 이사 자체가 부담스럽고 엄마에게 짐이나 부담이 될까싶어 마음을 접었지만..


4. 결혼한지 2년도 안된 새댁이지만 임신을 이유로 올 추석에는 시댁이 가지 않았다. 죄송스런 마음이 들지만 평일에도 왕복 8시간이 걸리는 곳을 교통체증이 급증하는 명절연휴에 이동하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시부모님과 남편의 배려와 이해가 없었다면 이루어지기 어려울 뿐더러 내 마음이 많이 불편했을거다.


5. 임신 선배 친구들에게 오는 연락이 얼마나 반갑던지! 나보다 먼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친구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지면서, 그들이 임신을 했을 때 너무 무감각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전화라도 한 통 더해서 그 낯선 생활의 고단함을 나눠볼껄. 내가 임신을 하고보니 이렇게나 내 삶의 변화를 공유하고 또 위로받고 싶을줄이야..!


며칠전에는 친정엄마에게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미리 요청하고 반찬통을 바리바리 싸들고가 엄마가 해주신 각종 음식들을 얻어왔다. 결혼 전 엄마가 만들어주시던 김밥, 어묵탕, 갈비, 닭도리탕 등등이 너무 먹고싶었다.

엄마는 양념까지 싹싹 긁어 반찬통에 담아주시고는 “우리는 언제나 너의 5분 대기조”라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말씀하셨다.


뭐야

돌아보니 나는 이미 살아가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왔던거 아닌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고 얻어낸 모든 것들은 사실 나 혼자의 힘으로 해낸 것이 아니었다. 임산부가 되어서야, 이미 내 삶은 ‘내가 잘나서’, ‘내가 스스로’ 해낸 것들 보다도 누군가의 도움과 배려로 일상이 유지되고 있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 역시 의식하진 않아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해왔으려나.


임산부이기에 더 자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요즘, 조그만 변화에도 마음이 울렁이는 요즘, 아가 덕분에 주변을 한번 더 돌아보게 되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곧 태어날 우리 아가도 언젠가는 도움을 주고 받는 삶을 살며 풍요로운 마음을 갖게되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