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성 당뇨의 공포
몰랐다.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임신기간이란 따로 없다는 것을.
임신을 일단 성공하고 나면 행복한 임신기간이 펼쳐질 줄 알았다.
입덧도 TV 드라마에서 보던 것 처럼 밥먹다가 "우욱"하고 입 가리고 화장실 다녀오면 끝인 줄 알았고
초음파 검사는 그냥 병원 침대에 누워만 있으면 의사가 알아서 다 해주는거잖아? 라고 생각했다.
시험관을 통해 임신을 하느라 임신에 성공하기까지도 힘이 들었기에, 임신 후의 생활은 '그것보단 괜찮을거다.'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임신 후에도 거쳐야할 고비는 끊임이 없었다.
일단 배아가 안전한 위치에 착상되어야했고 초음파를 볼 때 마다 안정적인 심장박동이 지속적으로 들려야했고, 양수의 양, 자궁경부의 길이, 태반의 상태 모든 것이 적당해야했다. 아이의 성장속도가 평균적인지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하고 입체초음파와 정밀초음파를 통해 아이의 신체구조를 확인할 때는 어찌나 그리 긴장이 되던지. 가장 걱정되었던 2가지 검사는 기형아 검사와 임신성 당뇨검사였다.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출산시 나이가 만 35세 이상이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고령산모로 구분되었으므로 '니프티'라는 추가 기형아 검사를 권유받았다. 결과는 다행히 통과였으나 결과 통보 문자를 받기까지 '혹시나'하는 생각에 마음 졸였다.
나름 편안한 중기 이르렀다 느끼고 있을 때 쯤, 병원에서 '임신성 당뇨검사(소위 '임당검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단 음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기도 하고 식후 소화 이슈로 거의 매일 저녁에 1시간 가까이 산책을 하고있었기 때문에 '임당'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아이도 주수에 맞게 크고있긴 하지만 작은 편에 속했기에 '임당'의 가능성이 낮을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임당 검사용 음료는 맛있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음료가 맛이 없다, 느글거린다'라는 후기를 많이 봤다.) 그러나 피검사 결과는 '혈당수치 초과'.. 임당 위험군이었다. "네? 제가요?" 피검사 결과를 전해주는 간호사분께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와버렸다.
검사 당일날 점심때 급식 후식으로 나온 바나나와 아이스크림 때문인가? 내가 당뇨라니?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걸까?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집에 오는 동안 내내 각종 포털사이트나 유튜브, 챗gpt에 '임신성 당뇨'를 검색해보았다. 임당은 생각보다 걱정할만 했다(?). 아이의 건강에 직결되는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었다. 임당은 아이의 체중조절을 어렵게 해 제왕절개의 위험을 높였고 아이의 저혈당증이나 호흡곤란증을 야기할 수도 있었다.
간호사는 일주일 안에 한번 더 병원을 방문하여 확진검사를 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오전 4시간 동안 채혈을 연속해서 해야하기에 오전시간을 낼 수 있는 이틀 뒤인 주말 아침에 재검사 예약을 잡았다. 그 사이 이틀동안이 내게는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임당에 걸리면 인슐리 관리를 해야해서 채혈도 주기적으로 해야하고 식단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런 생활을 불편함보다도 아기에게 끼칠지도 모를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겁이 많이 났다. 나 때문에 아기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왜들 '임당'에 걱정을 하는지 뒤늦게서야 공감했다.
이틀 뒤 병원에서 제공하는 임당용 약을 마시는데 분명 그전과 같은 음료였음에도 먹기가 힘들었다. 공복이어서 그랬으려나 심리적으로 힘들었으려나. 4시간 동안 4번의 채혈을 하고 검사결과 문자를 받을 때까지 '웃는게 웃는게 아닌 시간'이었다. 그날 오후에 '금일 시행한 임신성당뇨 재검사 결과 이상 소견 없습니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라고 말하면 오바일까?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들을 과보호하는 부모님들께 조금은 다른 감정이 생긴다. 예전에는 '자녀가 귀하고 소중하지'를 머리로 알고 피상적으로 느꼈다면, 이제는 그 공감의 범위가 더 깊고 넓게 느껴진다고 할 수있으려나.
(그렇다고 과보호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마는)
아기는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고 내 몸 역시 하루하루 다르게 변하고 있다.
초기 입덧만큼 강력한 고통은 이제 없지만 입덧약을 먹지 않으면 여전히 은은한 구역감이 느껴지고
소화가 되지 않아 저녁때마다 힘이 들고 요즘은 오른쪽 갈비뼈에도 통증이 시작되었다.
화장실에 앉아있을 때 불편감이 증가했고 변비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아이를 낳기까지 또 내가 예상치 못한 일들이 생길 수 있겠지.
보통 임신기간을 '초기/중기/말기'로 나누어 중기를 안정기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마냥 안전하고 편안한 임신기간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