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의 시작

태동과 태담

by OHarmony

평소 의사소통의 방법에는 고정된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하지만 편협한 시각이었다.

몸짓과 표정, 어조 등 비언어적인 방법도 충분히 의사소통이 될 수 있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혹은 학부시절 '의사소통 장애'에 대해서 학습할 때에도 배웠었는데 잠시 잊고있다가 최근 자주 겪고 있는 상황을 통해 의사소통의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배 속 아가의 태동이 더욱 강력해지고 잦아졌기 때문이다.

아기가 성장함에 따라 아이의 신체적인 움직임도 다양해지고 태동의 세기도 강해졌다.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억'하기도 하고

연수를 듣다가도 배 속에서 꿀렁이는 느낌 때문에 혼자서 슬며시 웃음짓기도 한다.

요새는 남편이 배에 손을 올려 굳이 촉감을 느끼지 않아도 눈으로 배를 보면 배가 움직이는게 눈에 보일 정도다. 남편이 내 왼쪽 배를 톡톡 치면 곧장 왼쪽 배가 반응하며 툭툭 움직이기도 한다. 아기와의 소통에 재미들린 남편은 매일 밤 내 배 여기저기를 톡톡 치기 시작했다는 후문.

또 태동이 심해서 힘이 들 때, 남편에게 "얘가 많이 움직이네."라고 했을때 옆에 있던 남편이 다가와 "000!"이라고 태명을 크게 부르면 신기하게도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멈춘다. 외부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는걸까? 정말 내 배 안에 살아있는, 우리와 소통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게 체감되는 순간이었다.

유튜브에서 타인의 임신 막달 영상을 보면 손바닥 발바닥 모양으로 배위에 쿡쿡 찍히는 태동도 있던데 과연 우리 아가도 그정도일까? 태동 때문에 잠을 못자는 산모도 있던데 내 막달은 어떨까? 벌써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동은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증거라고하니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태동이 상호소통의 느낌을 주는 의사소통이라면, 태담은 일방적인 의사소통이다.

엄마의 감정이 아기에게 전해진다고 하기에 최대한 부정적인 감정은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상황적으로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감정이 든다면 조용히 아가한테 속삭인다.

"괜찮아, 아가야. 엄마가 잠깐 속상한 것 뿐이야. 지나갈거야. 큰 일이 아니야."

사실 나에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기를 달래면서 나를 달래는.

아기가 듣고 알아들을 수 있을리 만무하지만 내 마음이 어느정도는 전달될 거라고 믿는 F 성향의 엄마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울음소리, 표정, 몸짓으로 소통하려고 애쓸테고

아이가 좀 더 자라서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서로 말하고 들으며 소통할 수 있게 되겠지.

어느정도로 말이 많은 아이일까? 내내 엄마에게 와서 조잘거리는 아이의 말을 듣고 반응하는게 힘들다는 주변 선생님들의 말씀들도 많이 듣기는 했는데 나도 그럴까?

그러다 글로도 소통할 수 있게 된다면 서로 편지도 주고받는 사이가 될 수 있을까?

아이가 사춘기가 된다면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의사소통이 다소 줄어들지도 모르지만, 배속에서 열심히 움직이며 소통하고자하는 아가의 지금을 기억하며 '내가 끊임없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