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이 좋았지

정신승리라도 좋아

by OHarmony

무려 한달간 브런치 임신관련 글을 쓰지 못했다.

'글감이 없었다.'라고 말하면 변명 같겠지만 정말 그랬다.

나는 '너무 좋을때'와 '너무 힘들때' 글을 쓰고 싶어지는 사람인가보다. 그만큼 큰 이슈없는 일상이었다.


생각해보면 그저 감정을 털어놓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이고 감정이 있는 대상인 실체의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털어놓는 것이 왠지 부담스러워 컴퓨터에 적는 것 뿐인데 결국 온라인 상의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을 보면 나는 결국 사람에게 위로받고 싶은 사람인 것 같다. 단지 겁이 많아 현실의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을 뿐. 또 내가 과거에 쓴 글을 읽으면서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좋았던 일과 힘들었던 일을 곱씹는 것 자체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치유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브런치라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어제 우연히 김나영이라는 가수의 '나는 운이 좋았지'라는 제목의 노래를 들었다. 원래 알고 있던 노래였는데 유난히 그 짧은 가사가 귀에 꽂히고 여운이 오래 남았다.

생각해보면 길지 않은 내 35년 인생은 참 운이 좋았다. 임신이라는 이슈를 겪으면서 더 체감하고 있다.


내 삶의 큰 이벤트들을 생각해보면 뒤늦게라도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할 수 있었고 그 공부를 물적, 심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든든한 가족이 있었다. 덕분에 늦은 나이지만 비교적 빠르게 임용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렇게 2번째 직업을 갖게 된 뒤 얼마되지 않아 기대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나를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고마운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후 난임이라는 장애물을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감사하게도 2번의 이식 만에, 그것도 내 생일날에 우리의 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새로 이동한 학교에서는 힘든 일이 현저하게 줄었다. 학생들의 장애가 경해서 신체적으로 고된일이 줄었고 동료 선생님들도 좋으시다. 지난 학교에서는 한 반이었지만 이제는 두 반으로 나누어서 그런지 행정업무양도 지난 학교보다 많이 줄었다. 학교에서 자유롭게 모성자유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 무리하지 않으며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최근에는 배가 꽤 나온 상태에서 친정식구들을 만나 식사자리를 가졌는데 평소와 같은 평범한 자리였음에도 가족 구성원들이 아직 모두 신체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여전히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곧 우리 아기가 태어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제는 큰 일들 보다도 작은 안온함에 행복함이 느껴진다.


사실 이제 출산이 한달여 정도 남은 상황이라 몸은 하루가 다르게 버거워지고있긴하다.

배가 커져 몸이 무거워진 것은 물론이고 밤마다 태동이 심해 배가 아파 쉬이 잠들기가 어렵다. 화장실은 밤낮없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학교에서 수업할 때 말을 조금만 많이 해도 숨이 차고 고작 2층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게 힘이 든다. 소화불량에 역류성 식도염 증상도 생긴 것 같고 심하지는 않으나 변비는 여전하다.


하지만 임신성 당뇨도 아니고 임신중독증도 아니고 자궁경부길이가 짧아지지도 않았고 임신 소양증도 없다. 병원에 정기진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아기가 주수에 맞춰 잘 크고 있다는 소견을 듣는다. 출산까지 아직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큰 이슈없이 무사히 아기와 함께하고 있음을 생각하며 '참 운이 좋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글쎄, 나는 불안이 높은 사람이기에 아기를 낳는 순간까지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것이고 출산이라는 첫 경험을 앞두고 겁이 많이 난다. 더불어 출산 후에 무슨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동안 살아왔던대로 미리미리 준비하고 그 시간을 겪어내며 또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려움이 있었던 순간보다 평안하고 좋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또 '운이 좋았다.'고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겠지? 어찌보면 정신승리라고 할 수 있는 이 마인드 컨트롤 방법이 내 삶을 활기차고 나를 더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사람이 의식적으로라도, 죽을 때까지 이 방법을 놓지 않고 더 감사하며 지내게 되는 사람이기를.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