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배로 돌려주는 아이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by OHarmony

아주 오랜만에 학교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나는 올해 초 난임휴직을 시작하면서 학교도 이동했다.

1학기 동안 휴직을 하면서 임신준비를 했고 운이 좋게도 임신에 성공해서 2학기에 복직하여 근무중이다.

짧은 학교근무경력에 심지어 홑몸도 아닌지라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게 긴장되고 걱정되기도 했던게 엇그제같은데 벌써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직접 만나 본 우리반 아이들은 장애정도가 경한 편이었고 모두 나와 어느정도 언어적 소통이 가능했다. 그 중 몇명은 말이 너무 많아 쉬는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을 정도였다. 서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오디오가 겹쳐 수업 진행이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이 전 학교와 사뭇 다른 환경 과 분위기가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제 아이들과 아침마다 만나 '오늘 아침식사는 무얼했는지' 서로 스무고개를 하고 '주말에 뭐하고 지냈는지' 사진도 공유하며 깔깔대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이가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 다니고 있는 이 학교에서는 지난 학교에서만큼 열정적으로 수업준비를 하지 않았다. '임신 중이라 무리 하지 않으려고.'와 같은 나약한 변명은 하지 않으련다.

아이들의 장애 수준이 경하고 아이들의 학습, 인지능력에 대한 기대가 생기니 오히려 내가 학습준비물을 직접 만들거나 개별적인 수업준비에 공을 들이기보다 기존에 준비되어있는 학습지나 활동지 위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조금만 더 하면 비장애 학생들이 푸는 문제도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설명하면 이 아이가 이걸 이해할까?'

이 전 학교에서는 '활동'과 '놀이' 위주의 수업준비였다면 이번 학교에서는 정말 책상에 앉아 문제를 푸는 '학습'위주의 수업을 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수업에 재미와 흥미를 느껴야하고 아이들이 스스로 즐기면서 수업에 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 '정해진 분량을 다 마칠 때까지 학습을 강요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문제 이해하기를 어려워하면 더 쉬운 설명방법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거나 해결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교사'가 되어버렸다. 그 전과는 아예 다른 결의 고민을 하는 중이랄까. 그 중간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너무 정적인 활동으로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종종 시즌에 어울리는 '만들기' 활동을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국어시간에 배운 이야기를 가지고 '역할극'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아이들이 너무너무 즐거워했다. 아주 작은 활동의 변화에도 꺄르르 웃는 아이들, "오늘 수업 너무 재밌었다."고 말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내 기분이 좋아지다가도 한편으론 미안해진다.

'사실 더 더양하게 수업준비를 할 수도 있었는데. 쫌 더 잘해줄 수 있었는데.'

학기가 끝나가니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더 커진다.


내년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으로 다시 아이들과 헤어지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 또 조잘조잘 참새처럼 이야기하겠지. 그리고 졸업을 하겠지.


주기적으로 익숙한 또는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면서 나는 얻는 것이 참 많은 직업을 가졌다.

아이들로 인해 직업적 성장에 대한 고민도 2배,

받는 사랑도 2배.

그 아이들이 나를 쉽게 잊어버리더라도 나는 '내가 주었던 것에 비해 배로 돌려받았던 시기'라고 이 기간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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