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부모님과의 먹방여행
겨울방학이 시작되었고 새해가 밝았다.
출산까지 약 한 달정도를 앞두고 쉬기에 딱 좋은 시기.
한편으로는 '이제 아이를 낳으면 자유롭게 여행 다니거나 돌아다니기 힘들겠지?' 하는 생각이 들던차에 친정부모님께서 당일치기 여행을 제안하셨다.
방학을 해서 시간이 많은건 가족 구성원 중 나 뿐이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친정아빠, 친정엄마, 나' 이렇게 셋이서 정말 오랜만에 같은 차에 올라탔다.
(이제 결혼한지 꽤 되었다고 엄마, 아빠 앞에 자연스럽게 '친정'자를 붙이는 나 자신에게 살짝 놀랐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
아빠께서 TV를 통해 알게 된 청주 '베이커리 맛집'에 가자고 하셔서 우리는 급작스럽게 청주까지 이동하게 되었다.
남편이 아닌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보조자리가 아닌 뒷자리에 앉아서, 엄마 아빠의 뒷모습을 보며 이동하는 것이 얼마만이던가. 부모님은 임산부인 나를 배려해서 차안에 배게와 이불을 준비해두셨고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러 간식도 사주시고 슬슬 걸어다닐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해주셨다. 그렇게 익숙하지만 또 벌써 어색하기도 한 엄마의 보조석 뒷자리에 앉아 부모님과 도란도란 수다를 떨다보니 금방 청주 베이커리 카페에 도착했다.
그 카페에서는 쌀이나 우리밀로 만든 건강한 빵과 들기름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엄마는 나에게 빵을 잔뜩 고르게 하고서는 들기름까지 손에 쥐어주시며 '엄마가 사줄테니 다 가져가서 사위랑 먹어라.'하셨다.
카페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점심식사 장소로 이동한 우리는 배가 고프지 않았음에도 고기국수를 1인 1그릇씩 깨끗하게 비웠다. 이번에는 내가 계산하려고했는데, 가장 빨리 식사를 끝내신 아빠가 나 모르게 먼저 결제까지 하셨더라.
식사 후 소화를 시키기 위해 근처 아울렛에 들러 엄마의 겨울 악세사리나 옷을 구경하는 중에도 절대 내가 계산하지 못하게 온몸으로 막던 엄마. 그러고 나서는 나에게까지 옷 하나 사주겠다고 하시던 부모님.
쇼핑을 끝내고 내가 좋아하는 청주에서 유명한 초코케익을 사러 갔는데 역시나 부모님은 본인들이 사주시겠다고 고집을 하셨고 집 근처로 돌아와 사위와 저녁을 먹을 때도 본인들께서 식사비를 부담하셨다.
정말 하루종일 부모님께 의지해 먹고 놀다 온 하루였다.
몇 달 전, 남편과 눈물 콧물 펑펑 흘리며 봤던 드라마인 '폭삭 속았수다'에 이런 비슷한 대사가 있었다.
'부모님은 내가 이세상에서 단 1g도 사라지지 않게 했다.'
그 날 하루를 끝내고 잠들기 전에 그 대사가 떠올랐다.
행여나 임신한 딸이 약간이라도 힘들거나 조금이라도 출출할까봐, 끊임없이 무언가를 주시고 자녀 위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부모님이구나. 내가 아무리 그분들께 잘한다고해도 결국은 비교할 수 없는 크기의 일방적인 사랑이구나.
나도 뱃 속에서 나올 아이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가게 될까?
세상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나에게 그런 존재가 생긴걸까?
감사함과 동시에 조금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생겼다.
부모님께서도 처음으로 생긴 첫 손주에 대한 감정이 신기하고도 조심스러우시겠지.
기쁘시기도 하고 걱정도 되시겠지.
내가 아이를 낳게 되면 나는 우리 엄마아빠를 더 잘 이해하게 될까?
엄마아빠도 할머니할아버지를 더 공감하게 되실까?
나는 이제 곧 부모가 되지만 또 부모님의 자녀이기도 했는데, 과연 우리 아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낯선 미래에 대해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 큰 마음으로 출산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