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의 공격

막달의 시작, 요동치는 감정

by OHarmony

나도 모르게 자꾸만 앞으로 나오는 허리, 압박스타킹에도 소용없는 다리의 쥐 때문에

빨래, 설거지, 쓰레기 분리수거, 음식물 쓰레기 처리 외 간단한 방정리까지 뭐 하나라도 하고자하면 금방 지쳐버리는 요즘이다.

밤에 유독 심해지는 배뭉침과 잦은 요의로 인해 1시간마다 잠에서 깨는 것도 괴롭다.

그래도 이런 신체적 어려움에 크게 놀랍거나 속상하지는 않다. 수많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느 정도 그럴 것이라는 예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르몬의 공격은 내 예상밖의 것이었다.


며칠 전, 아무리 막달 산모지만 너무 집 쇼파에만 몸을 맡기고 있는 것 같아서 조심조심 일어나 집안일을 시작했다. 마지막 미션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였으므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필요한 카드를 찾아나섰는데 최근에는 대부분 남편이 음쓰를 처리해주었기 때문에 카드가 어디있는지 찾을수 없었다.

마침 식사시간이었기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 음식물 쓰레기 처리카드 어디에 있지?" 남편은 평소보다 작고 조금은 무심한 투로 "그거 아마 내 겉옷에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놔둬. 내가 집에가서 할게." 그러고는 빠르게 전화를 끊는 남편. 장난끼 많던 평소와 다르게 남편의 목소리가 무뚝뚝하고 차갑다고 느낀 나는 남편에게 카톡으로 '혹시 무슨 일 있어? 바빠?'라고 물어봤다. 남편은 '찾지마. 지금 여러 사람들이랑 식사하면서 대화중이라~' 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순간 머리 속으로 '아아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급하게 끊었구나.'라고 분명히 생각했고 남편의 '찾지마'는 '본인이 할테니 힘든 몸으로 음식물 쓰레기 처리카드를 찾지 말라'는 의미라고 인지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눈물이 터져나왔다. 남편의 '찾지마'가 '나 바쁘니까 찾지마.'라고 느껴졌다.

어째서 내 머리와 심장이 동시에 이렇게 다른 메시지를 나에게 주는건지. 스스로에게 혼란스러우면서도 계속 눈물이 났다. 나 뭐가 그렇게 서러웠던거야..?

실컷 울고나서는 혼자서 헛웃음이 났다. 며칠간 집에서 은둔했더니 사람이 이상해졌나싶어 바로 옷을 갈아입고 문밖으로 나섰다. 찬 바람을 맞으면서 정신을 차리고 싶었다.


오후 늦게 집으로 퇴근한 남편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다.

"나 지금 임신 호르몬이 넘치나봐. 오늘 당신이랑 카톡한 내용 보면서 눈물이 났다?"라며 자세한 내막을 설명했다. 설명을 하면서도 또 눈물이 났다. 내 말을 들은 남편은 숨 넘어갈듯이 껄껄 웃었다. 같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아~ 우리 마누라가 외로웠구나. 내가 계속 옆에 있어줘야겠는데?"

창피하면서도 나 역시 이런 내가 웃겼다.

동시에 지금 내가 내 생각보다 남편에게 더 많이 의지하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었다.


요즘은 다른 사람들의 분만 영상을 자주 찾아본다. 무서워서 안보고 싶기도하고 궁금해서 보고싶기도한 이상한 심리다. 산모들의 배에서 아기가 나오는 순간에는 늘 눈물이 팡 터진다.

우리 아가가 나왔을 때는 조금 덜 울기 위한 연습이라도 하는 것 처럼.


산후 호르몬은 또 나한테 어떤 감정의 변화를 선물해주려나?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