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달
유도분만을 하러가기 전 날,
아무리 뒤척여봐도 도저히 잠이 오지 않던 그 날 새벽에는 뜬 눈으로 날을 샜다.
부를대로 부른 배로 인해 불편한 속 때문에, 더불어 다음날 출산을 하러 병원에 가야한다는 긴장감 때문에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앉아 의미없이 핸드폰 사진첩을 뒤적이기도하고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멍하니 쳐다보기도 했다.
배를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아가에게 곧 만나자고 여러번 말을 걸다가
고개를 돌려 쳐다본 창 밖에는 갑자기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나가 눈 오는걸 한동안 보다가 아침 해를 맞이한 그 날이 엇그제 같은데.
그 후 하루 이틀 사이를 지나 나는 완전히 새로운 '부모'라는 세계에 발을 들였고
지금 바깥 세상은 언제 그랬냐는듯, 동시에 언제나 그랬듯, 겨울을 지나 봄이 되었다.
아직은 부모가 흔들어 안아주어야 잠을 자는 생후 두 달된 아기와 나는 요즘 매일 그때 그 쇼파에서 낮잠을 청한다.
두 달 전까지만해도 뱃속에서 나와 함께 그 쇼파 위에 누워 있었던 아이가
지근은 뱃속에서 나와 실제로 내 눈앞에 존재하다니.
그 아이가 다시, 이제는 내 배 위에서 잠을 자고 있다니.
묘한 신비로움과 뭉클함에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이의 사진을 찍는다.
하루종일 아이를 돌봐야하기도하고 아직 면역력이 약한 아기와 함께 밖에 나가기가 조심스러워서 올 봄 꽃 구경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제 저녁 남편이 아이를 봐주면서 산책을 다녀오라고 제안을 해주었다.
시험관 시술 성공을 위해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고 작년 봄 저녁마다 나가서 달리기를 했던 그 길을 오랜만에 다시 걸어보았다. 산책도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귀한 활동이구나 싶더라. 날씨가 어느새 따뜻해져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나와 저녁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를 지나 키가 작은 벚꽃나무가 빼꼼히 고개를 내민 계단을 지나가게 되었다. 내 키와 비슷한 높이에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벚꽃에도 꽃 향이 있었던가?'나도 모르게 벚꽃에 코를 갖다 대었다. 연하지만 확실한 벚꽃향이 느껴졌다.
봄이었다.
아이와 함께 맞이하는 첫 봄.
엄마가 되어 경험하는 첫 봄.
눈이 아닌 코로 벚꽃을 알아보게 된 첫 봄.
앞으로와는 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만나게 될 시작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