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4일째인 아기와의 하루
작은 아기 침대 위에서 몸을 비틀어대며 '애앵~ 악!'하고 우는 소리가 들린다.
배가 고프다는 소리다.
매일 2시간 30분~3시간 텀으로 분유를 요구하는 우리집 꼬마 손님.
태어난지 44일째, 우리집에 데려온지 딱 한달째가 된 오늘, 이 손님은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그 사실이 아직도 조금은 어색한 나는 왕초보 초산모.
자신을 안는 자세가 불편하면 '끼이이익' 목이 쉬어라 짜증을 내기도하고
잠이 오는데도 아직 잠드는 방법을 몰라 엄마 아빠의 품안에서 흔들거림을 느껴야만 잠에 드는 아가.
재워도 안자고 먹여도 안먹고 동시에 출산 전 내 일상들은 모두 전생이라고 느껴질만큼 달라져버렸다.
남편과 함께 끝나지 않는, 심지어 계속 반복되는 조별과제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얘가 왜 이럴까? 왜 울까? 왜 짜증이 났을까? 뭘 보고 있는걸까?'
'내가 얘를 힘들게 하고 있는거면 어쩌지? 얘가 날 불편해하려나?
뭐가 불편해서 이렇게 길게 우는 걸까? 왜 이렇게 적게 먹는거지?
겨우 40일차의 아기를 안고 재우는것도 이렇게 무겁고 힘든데 앞으로는 어떻게 얘를 안아주지?
온몸으로 울어대는 이 작은 아기에게 수면교육 같은건 어떻게 할 수 있다는거야 대체?'
매일 자책과 답답함을 반복하면서 스스로를 갉아먹고있다가
초보엄마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나와 비슷한 감정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내 이런 감정들이 다 '아기를 잘 키우고싶은 마음, 아기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너무 부정적이지 말자고 조금씩 마음을 다잡고있다.
며칠 전 남편 앞에서 마치 유치원생처럼 엉엉 울며 힘듦을 호소하고 난 후,
남편이 내 상황과 입장을 전보다 더 잘 이해해주고 배려해주어서 컨디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내가 잘 모르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때 마다 책이나 인터넷을 뒤져보지만 전문가들의 말은 다 다르다.
유튜브 의사, 수유 전문가, 주변 선배맘들, 심지어 소아과의사들까지도.
그저 내 아이와 내가 합을 맞춰가야하는 것임을 깨닫고 우리 아이에게 더 제대로 집중해야함을 느꼈다.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만의 특성을 가지고 자라고 있으므로
엄마인 내가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야 아이도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육아가 힘든건 당연한거다. 육아에는 정답도 없다.
조금 익숙해졌다싶으면 또 다른 어려움이 있겠지. 시간이 약이겠지.
그럼에도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안방 작은 침대에 누워있는 익숙한듯 낯선 꼬마 손님의 얼굴을 보면
또 하루가 시작된다는 막막함보다는 내게 와준 이 고운 손님에게 고마움과 먹먹함이 더 크다.
아이를 안을 때마다 팔목, 무릎, 허리가 나사 하나 빠진 것 처럼 덜렁거리는 느낌이지만
작고 따뜻한, 내게 온 몸을 의지한 이 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지금 이시기를 힘들어만 하면서 보내기엔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른다. 남들이 말하지않던가, 이 시기를 그리워하게되는 날이온다고.
천천히 사라지면 좋겠다.
우리 아가의 입에서 나는 분유향, 작은 입에서 나오는 작고 귀여운 옹알이 소리, 기저귀를 갈때마다 느껴지는 찌릿한 소변 냄새, 이틀에 한번씩 보여주는 뭉근한 대변의 형태와 누르스름한 색상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