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의 하루하루
시간제이지만 전일제같은 우리 학교 특수학급.
그 때문에 많은 수업시수와 교과목 수업준비에 매주 부담을 느끼지만
동시에 덕분에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려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1
발화가 되지 않아 소통을 원활하지 못한 우리반 학생 A.
1학기 때 교실에서 많은 시간을 소리내어 울고 짜증냈었는데, 아마 본인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함에서 느껴지는 답답함 탓 또 그 표현을 올바르게 이해해주지 못하는 내 탓이엇으리라. 그렇지만 2학기가 된 요즘, 그간 시간이 좀 지난 덕인가 이제는 아이의 행동과 표정, 목소리 톤을 들으면 적어도 50% 정도는 그 의도를 때려맞출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준비한 AAC는 큰 효과가 없었다^^) 우리 더 많이 친해지자. 선생님이 더 노력할게.
#2
우리반 아이들은 우리반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원반 친구들과 함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러기엔 아직 식사시에 많은 손길과 눈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심한 편식 때문에 거의 대부분 급식을 먹지 않고 가는 아이, 오직 집에서 싸온 밥과 급식에서 나온 국만 먹는 아이, 지나치게 많은 양의 음식을 입안에 넣고 열 번을 채 씹지 않고 넘기는 아이, 모든 반찬을 국에 말아 먹는 아이. 1학기 초에는 점심시간마다 내가 밥을 먹는건지, 애들을 보는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날이 많았다. 점심식사를 많이 남겨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과식을 하던 날들도 기억난다.
그러나 아이들은 성장했다. 가끔이지만 밥과 반찬을 먹기 시작한 아이, 집에서 싸온 밥은 물론이고 그 외 고기반찬까지 시도하기 시작한 아이, 국에 반찬을 넣어먹는 것이 긍정적인 것이 아님을 알고 내 눈치를 살피는 아이ㅎㅎ 그리고 포크 대신 에디슨 젓가락질을 시작한 아이들. 입에 음식을 넣고 오물오물 씹는 아이들이 이렇게 예뻤던가. 밥먹다말고 아이들이 밥 먹는 모습을 촬영하는 나를 발견하고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그리고 나도 성장했다.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젠 아이들이 밥을 먹다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든 한두마디 한 뒤에, 침착하게 내 자리에 앉아 내 식판을 꿋꿋하게 비우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구나.
#3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개별적으로 노는 것이 당연했던 우리반에 '손인형' 바람이 불었다. 교실에 비치되어있던 각종 동물 모양 인형에 손을 집어넣어 입을 뻐끔거리며 대화하듯 다가갔더니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했다. 특히 '오리인형'이 귀엽고 재미있었는지 아이들은 잊을만하면 나에게 인형을 가지고와서 인형놀이를 하자고 했다. 내가 '교사'로서 하는 말보다 '오리'로서 하는 말을 더 잘 들어주는(?) 아이들에게 고마워해야하려나.. 교사와 오리간의 차이가 두드러져야 하기에 손인형을 손에 낀채 괄괄한 오리목소리를 내는 내 모습이 어떠려나 싶기도 하지만, 별거없는 내 오리연기에 재미있다고 자지러지는 아이들을 보면 '교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언제까지하게될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고 할 수 있는 오리 연기이기에 다행이다 싶다.
#4
나름 1학기 짬바(?) 생겼다고 1학기 때에 비해 조금은 허술하게 수업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반성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 무언가 하나라도 더 경험하고 알고 느끼고 갈 수 있도록, 나태해지지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