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튜브 검색창에 '무기력'을 검색했다.

by 친절한금금

보통 유튜브를 보는 일은 노래를 들을 때뿐이었다. 요새는 종종 정보를 검색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하고 있는 정보의 보고에 '무기력'을 검색했다. 검색을 한다는 것은 현재 가장 관심이 있다는 것. 가장 해결하고 싶다는 것. 맞서고 싶다는 것. 알고 싶다는 것 등등 다양한 의미로 검색창에 한 단어를 입력할 것이다.

요새 나를 감싸는 것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은 게으름일 테지만 무언가 할 힘을 잃어버린 기분이다. 죽을 만큼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에도 내가 하는 일들의 결말을 알 수 없어서 오는 혼란을 견딜 수가 없었다.(유튜브 상에서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다는 말로 설명되었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고, 해도 소용없는 일들이란 생각이 겹겹이 쌓여가 무게를 더해가다 보니 '무기력'이라는 친구가 어깨를 감싸고돌았다. 점점 짓눌려오는 무게가 커가는 만큼 우울감도 더해졌다. 다행이라면 이런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하고 싶었기에 '무기력 해결'이라는 단어를 입력했다.

안갯속처럼 흐리멍덩한 내 상태가 선명해졌다. 짐작만 하고 있었던 질병에 대한 코드명을 받은 것처럼 나의 상태는 뚜렷하게 '무기력한 상태'였던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도 특출 난 성과가 없고, 개인적으로 하고 있던 일들 또한 미래를 바라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들이 '포기'하고 싶은 감정의 늪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다람쥐 챗바퀴 돌듯 돌아가는 무력한 생활에서 기분 좋게 전화기 너머로 떠들어 댔던 주제는 '청소'였다. 요즘 들어 들떠서 이야기할 주제라고는 없었는데 주말에 했던 청소 이야기에 열을 올려 이야기하고 있었다.

늘 불만이었던 게 청소기였다. 몇 번 사용하고 나면 긴 머리가 걸려 청소솔이 돌아가지 않았다. 카펫을 깔고 사는 집에 청소기를 밀 때마다 드는 생각은 '청소솔은 과연 깨끗한가?'라는 물음이었다. 돌아가지도 않고 지저분한 청소솔로 청소기를 돌릴 때마다 청소를 해서 개운함 보다는 찝찝함이 쌓였던 것 같다. 지난 주말, 미리 계획된 일은 아니었지만 청소기 헤드를 분리했다. 그리고 청소기 브러시는 물티슈롤 닦아냈다. 하얀 물티슈가 회색으로 물드는 것을 보니 지저분했구나 싶었다. 이정도면 될까 싶어 다시 조립을 하려다 '이왕 하는 김에...'라는 생각이 들어 화장실로 향했다. 시원하게 물을 틀고 청소기 브러시를 적시고 비누칠을 한 뒤 흐르는 물에 헹굼을 했다. 장마에 쏟아지는 흙탕물도 아니고 구적물이 세면대를 넘쳐 흘렀다. 몇 번 더 비누칠을 해서 세척을 하니 뽀송한 청소기 브러시에서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지인과 통화에서 청소기 관련 일을 이야기하며 상기된 나를 발견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이지만 그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끙끙 앓고 있던 일들은 해치운 점. 내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간 점.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 점 등으로 봤을 때 무기력을 해결하는 방법에 상충하는 방법이었다.

우울증과 무기력 해결과 관련한 영상에서 말하는 것은 '산책하기'였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가볍게 움직이는 것을 추천했다. 이와 같은 것으로 '설거지하기'를 말한다. 설거지는 몸을 움직일 뿐만 아니라 10분의 활동으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말에 미루고 있던 청소기 청소와 카펫 빨래를 해서일까. 그동안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무겁게 내려앉은 몸과 마음이 햇살에 말라 부풀어 올라 지금 순간을 벗어나고 싶어 한다. 미래에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아이들도 어찌해할지 갈수록 막막하지만 하루에 하나씩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들을 늘려가야겠다. 내 삶을 지탱해 왔던 건 미래를 위한 것도 과거에 연연하는 것도 아닌 '현재'를 사는 것이므로. 오늘을 잘 살아서 바뀌어질 어제와 내일을 기대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당신의 가방 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