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만두는 유죄

by 친절한금금

엄마의 만두는 죄가 많다.


최근 바뀐 몸무게의 앞자리를 바꾸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일으켜 헬스장을 다녀왔다. 스피닝을 하면서 지방을 열심히 태우고 집에 왔건만 어제 먹었던 엄마의 만두가 눈에 밟혔다. 설거지도 귀찮아서 쌓아둔 마당에 기꺼이 고무장갑을 끼고 어제 끓였던 일 인분 냄비를 씻어 엄마 만두를 넣었다. 엄마 만두 다섯 개, 천연 조미료 1봉, 참치액, 국간장, 대파와 후추를 가득 넣으니 뜨끈한 엄마표 만둣국 완성이다. 심박수 190이 넘도록 스피닝을 하고 왔으니 이 정도쯤이야... 싶지만 밀가루를 먹자니 죄스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엄마의 만두를 찾는 것은 헛헛한 마음을 추억의 음식으로 대체하고 싶기 때문.


어제는 딸아이의 치과 방문이 있었다. 부정교합으로 교정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괜히 속상함이 솟아났다. 호르몬의 장난인 걸까. 앞으로의 일을 대처하면 되는데 요란한 속을 가라앉힐 게 필요했다. 그때 생각난 게 엄마 만두였다. 지난 주말 다녀가시면서 엄마가 가져다 주신 김치만두는 나의 소울푸드다.


엄마 손 맛이라는 게 있다. 김치, 두부, 당면, 갖은양념을 넣고 소를 만든다. 전 날 만들어 찰진 반죽을 새알처럼 동그랗게 떼어 내 나무 막대로 밀어준다. 점점 커지는 만두피를 기다리다 손바닥만큼 커진 만두피가 완성되면 손에 올려 만두피가 투명해질 때까지 소를 가득 넣어 만두를 만든다. 만두를 만드는 시간은 엄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가스렌인지에서는 보글보글 김이 올라오고 만두가 열을 세워 줄지어 갈 때 우리의 이야기도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 시간이 참 좋았다. 한 쟁반 가득 만두가 완성되면 끓는 물에 식용유를 두르고 만두를 퐁당퐁당 집어넣는다. 잠수했던 만두가 두둥실 떠오르면 채반으로 걸러 김을 식힌다. 아직 만들어야 하는 만두가 한아름이지만 참지 못하고 뜨거운 만두를 입속으로 들이민다. 쫄깃한 만두피를 한 입 베어 물면 배추의 아삭한 식감과 짭짤한 만두소가 입안에서 터진다. 하나 둘 먹다 보면 앉은자리에서 열개는 먹게 되는 엄마의 만두. 명절에 먹고 싶은 걸 물어보면 엄마가 귀찮은 일인 줄 알면서도 만두를 외치게 된다.


그래서 만두를 꺼냈다. 엄마가 끓여주지 않더라도 엄마가 해준 맛이 입안으로 들어오고 엄마가 만든 만두 모양을 눈으로 보고 있으면 옆에서 엄마가 나를 토닥이는 것 같아서. 딸아이의 교정과 내 속을 시끄럽게 만드는 일들이 있었지만 만두 한 입 먹으면서 든든한 배만큼 나를 감싸는 따뜻한 위로를 받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하루로 그쳤어야지. 한 번 먹게 되니 다음날에도 생각이 나는 것. 그리하여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땀을 실컷 빼고 돌아온 뒤에도 만둣국을 끓이고 있는 내 손을 보며 이번에도 건강하려고 운동하나 보다 싶다.


따뜻한 위로를 주는 엄마의 음식, 오늘도 살아갈 용기를 얻으며, 마음도 몸도 살찌우는 엄마 만두의 유죄를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