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번갯불에 콩 볶듯 살림을 한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인천에서 강남을 가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두 배로 바쁜 일상이 시작됐다.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1분 단위로 나눠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10분 안에 쌓인 설거지를 하고 10분 만에 빨래를 넌다. 중간에 아이들 시리얼과 식빵 챙기고 잔소리까지 잊지 않고 챙긴다. "빨리 먹어, 어서 나가야 해"
하필 약속이 있는 날에 딸들의 요구사항은 극에 치다른다. 평소에 묶어 올린 머리를 하던 막내가 하트 머리를 해달라며 고무줄 다섯 개를 들고 온다. 어쩌라건지. 못내 아이의 요구에 져버린 나는 차량을 못 탈 것 같다며 선생님께 전화드린다. 그렇게 아이가 원하는 하트머리를 엉성하게 완성해서 겨우 한 명의 등원 준비를 마쳤다.
핸드폰 벨소리를 굳이 지금 바꿔야겠다는 큰 딸과 실랑이를 하고 차 안에서 비비크림을 바르며 딸들의 등원을 클리어한 나는 알지도 못하는 강남역 가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쉬지 않고 뛰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예상했던 곳에 가기 전 타려던 버스 번호가 적힌 정류장이 보였다. '어? 여기서 탄다고?' 그런데 정류장 번호가 다르다. 여기는 강남에서 인천으로 오면 내리는 곳이고 길 건너에서 타야 강남을 갈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리 길 건너 정류장을 찾기 힘든지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겨우 지도를 참조해서 강남 가는 버스 타는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버스가 5분 전에 이곳을 떠났고 배차간격은 30분-40분 사이다. 설마 30분 뒤에 오겠어? 광역버스보다는 지하철을 애용하던 나는 시외버스처럼 긴 배차간격에 혀를 내둘렀다. 다행이라면 나처럼 처음 강남 가는 부부와 함께 오지 않는 버스에 대한 분노를 나눠 가질 수 있었다.
땡볕 아래 버티는 일보다 시간을 낭비한 일에 화가 났다. 아이들을 보챘던 일을 생각하니 이럴 거면 여유롭게 나올걸 혹은 좀 더 서두를 걸 별별 생각들이 난무했다. 한참을 기다리다 보게 된 버스시간표를 보니 허망함은 극에 달했다. 버스시간표가 있는 줄 알았다면 미리 대비를 했을 것 같은 생각에 속상함이 극에 치달았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강남을 오늘 가고 안 갈 것 같으냐. 아니다. 강남에 만나고 싶은 분들이 계셔서 나는 아이를 등원시키고 두 시간을 보기 위해 두 시간 버스에 몸을 실코 갈 것이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 이마저도 없어지는 나의 일탈을 생각하면 나는 많은 것을 배운 것이다.
광역버스를 타고 가기 위해서는 정류장 위치를 잘 파악해둘 것!
버스 시간표를 확인할 것!
광역버스는 마을버스처럼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진실이 되어버려서 웃프다. "내가 한 시간을 보더라도 강남에 꼭 가서 너희 보고 올게"
현재 시간 11시 20분, 신데렐라처럼 2시에 인천으로 돌아오려면 1시에는 자리를 떠야 한다. 정말 1시간밖에 못 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애정 하는 그녀들을 단 한 시간이라도 본다면 어떤 것도 아깝지 않으니까. 그런데 왜 아직도 양재역인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