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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금금 Dec 28. 2022

브런치 글쓰기 1년

브런치 글쓰기가 벌써 1년이 되었다. 엄마들의 성장 유치원 <킨더줄리>에서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이었다. 먼저 브런치활동하신 멤버가 조언을 해주고 함께 작가 되기 위한 분들과 심사를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앞서 심사를 봤던 분들이 브런치 작가가 되었기에 나도 심사만 받으면 당연히 '합격'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의 글은 심사에서 떨어졌다. 브런치에서 작가를 선발하는 것이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포기할 법도 했다. 하지만 다시 도전해보고 싶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이유보다는 이미 합격한 그분들처럼 나도 '브런치 데이'를 맞이하고 싶었다. 빨주노초파남보, 요일을 정해 일주일에 한 번 글을 발행하는 무지개 빛깔 속에 나의 노란색도 함께하길 바랐다. 다행히 두 번째 시도에 브런치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작가라는 이름이 주어졌고, 3월부터 친절한금금의 브런치 데이가 시작됐다.


오늘은 나의 브런치데이다. 매주 수요일 나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쓴다. 처음 글을 쓴 목적은 딸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들려주고 싶은 것이었다. 사람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서 돌연사로 당장 죽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겪었던 지난날의 이야기와 이를 통해 전해주고 싶었던 바를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과거의 일상을 글감으로 삼아 글을 쓰는 일은 빈독의 쌀처럼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블로그와 다르게 브런치만큼은 딸들에게 해주고 싶은 내 삶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의도와 달리 일상을 적는 글들이 늘어났다. 드라마 혹은 책을 보고 느낀 점을 적기도 했고, 최근에 있었던 일 중 뇌리에 남는 사건을 잊고 싶지 않아서 적기도 했다. 기획 의도를 벗어난 글들의 수만큼 발행한 43개의 글 중 마음에 드는 글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그럼에도 브런치 데이를 지키기 위한 글쓰기만큼은 꾸준히 하고 있다. 망작일지언정 오늘의 나를 기록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일 년을 보냈다.


'매주 수요일' 글쓰기를 할 때매다 나의 머리는 쉼이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어떤 글을 써야 하지?"

"글의 시작은 어떻게 하지?"

"글의 끝은 어떻게 하지?"

"제목은 이게 좋을까?"

"전개는 어떤 식으로 풀어갈까?"


마치 작가라도 된 것처럼 설거지를 하면서, 길을 걷다가, 잠을 자기 직전에도 온통 글 생각뿐이었다. 글에 대한 생각은 글감을 끊임없이 고민하게 해 주었다. 주로 소재가 '나'와 관련된 것들이었기 때문에 '나'를 돌아볼 시간이 많았다. 내가 느꼈던 사건에 대한 느낌, 이것을 계기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었다. 사건이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풍차를 돌리는 에너지원이 되어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친정 엄마의 이야기를 쓴 <엄마의 명절은 행복했을까>와 <K-장녀의 김장 이야기>를 쓰면서 제삼자인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항상 웃고 계시는 모습뒤에 엄마가 겪었을 서운함과 힘듦이 가시적으로 다가왔다. 글자로 새기고 정의 내리는 과정을 통해 한 발짝 더 가까이 타자를 공감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유튜브와 책들을 통해서 "글쓰기"를 강조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라서 귀를 더 기울이는 것일 수도 있다. 선물로 받았던 책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명작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기록함으로써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 것이다.
글 자체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잠시 잊고 있었다. 내가 글을 쓰면서 해방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글을 쓰는 건 흩어진 나의 기억의 조각을 맞추는 일이었다. 뿌연 하게 희미했던 기억의 연기들이 하얀 종이 위에 써 내려가는 글자 속에 흡수되면서 나에 대한 정의를 내려가는 과정을 즐겼던 것이다.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내 글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우연을 남몰래 기대하면서 졸작을 쓰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도 아니고, 명작을 쓰는 사람도 아니다.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서 과거의 나를 기록하고 반석으로 삼아 미래를 꿈꾸기 위해 오늘도 타자를 두드리는 브런치 작가 친절한금금이라는 것을.


2022년 처음 시도해 보았던 브런치에서 함께 글을 쓰고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 계셨기에 쉼 없이 나만의 기록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진심으로 읽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써 내려간 나의 글이 살아 숨 쉰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공감을 주고받으며 희망을 전달하는 글을 써 가길 원한다.


*올 한 해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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