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 고스톱처럼 기세가 중요하다

by 친절한금금

"잘한다 잘한다"

"오냐오냐 그렇지~"

"아~이거 좋네 좋아 기가 막히네"


좋지 않은 패들의 조합인데 아버지는 연신 좋다는 말씀을 하신다. 고스톱 경력 40년. 동네에서 아버지는 알아주는 타짜라고 할 수 있다. 고수가 나의 패를 보고 기가 막히게 좋다고 하니 믿어볼 만한 도박이 될 것 같다. 손에 채 잡히지도 않는 패를 펼쳐 재야의 고수에게 점검을 받는다.


"아버지, 이거? 이거?"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돈 잃어도 되니까 편하게 해"


이 날 고스톱 판에서 나는 시아버지와 한 편이었다. 평소에는 남편과 편을 먹어서 했는데 이 날은 우연히 아버지와 파트너가 되었다. 하나.. 둘.. 셋... 여덟.. 아버지는 밑장에 깔린 천 원짜리를 세더니 나를 불러서 앉히셨다. 다 잃어도 좋으니까 와서 신나게 쳐보라는 것이었다. 내 돈이 아니니 부담이 없었다. 잃어 버려도 타짜인 아버지가 채울 것이니까 아무 생각 없이 그림 맞추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버지의 전략은 확실했다. 새 다섯 마리를 맞히는 것! 아버지와 함께 새를 잡기 위해 눈을 굴렸다. 아싸~고도 x 하고 외치려는 순간, 옆에 있는 남편이 이미 이겼다는 사실을 알았다. 함께 게임을 하던 시누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덤 앤 더머처럼 편먹고 뭐 하는 거냐고 웃어젖혔다. 새를 맞춘다는 것에만 집중해서 남의 것은 보지도 않고 이겼다고 생각하며 아버지와 환희에 젖어있었던 것을 보고 모두 웃음이 터졌다.


남편과 편이 되어 칠 때는 꼭 이겨야만 할 것 같고 돈을 잃으면 마음이 졸아들기까지 했다. 가족들끼리 재미로 치는 것이지만 어쨌든 생활비를 가지고 하는 것이니 따면 기쁘고 잃으면 속상한 것이다. 그런데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은 없고 옆에서 미리 길을 가 본 사람이 안내해 주는 지름길이 있었다. 거기에 반드시 이긴다는 기세가 더해져 나는 꽤 많이 선을 잡을 수 있었다. 을 떠나서 게임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순간이었다.


게임을 할 때 나의 왼쪽에는 남편이 오른쪽에는 시아버지가 있었다. 둘 다 입으로 고스톱을 치는 것처럼 기세들이 대단했다. 남편은 부모님에 비하면 부족할지 모르지만 이긴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하룻강아지 같았다. 반면 아버지는 노련함과 능력까지 더해져서 판을 주무르는 한 마리의 호랑이 같았다.


남편은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지만 아직 아버지와 같은 노련함은 부족한 것이 느껴진다.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은 패를 휘두르면서 하는 고스톱게임에서도 그대로 비친다. 아직 남편과 나는 다른 사람의 것을 볼 줄 모른다. 내가 가지고 있는 패와 앞에 깔려 있는 것들에 짝을 맞추는 것만으로 벅차다. 어쩔 때는 맞춰놓은 것도 내 것으로 제대로 들고 오지 못해 허덕일 때도 있다.


어른들과 게임을 하고 있으면 그들에게서 인생의 여유와 지혜들을 배울 수 있다. 내가 쥐고 있는 것만을 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도와줘야 할 때 내가 가진 것을 내어주는 지혜가 있다. 다가올 것을 예상하고 내가 쥔 패를 내야 할 때와 내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세'다. 내가 쥐고 있는 것이 속된 말로 쓰레기 일지라도 화려한 것들을 들고 있다고 믿게 만들어내는 자신감이 참 신선했다.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거짓말을 잘하시는지, 같은 편인 내가 헷갈릴 정도로 아버지의 언변 빨려 들어갔다.


모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받는 패는 동일하다. 나는 7장을 받는데 누구는 6장을 받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 동안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살아가는지는 본인의 몫이다. 거짓말일지라도 호언장담하듯이 '나는 잘될 거야' 큰소리쳐보자. '잘못되면 어때'라는 마음도 가져보자. 잘못되면 어쩌지 하고 걱정만 하다 시간이 가는 것보다 부딪쳐서 이길 거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뒤집은 패에서 조커가 나오는 행운이 따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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