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빼고 너를 채우는 초등맘이 되다

내 인생의 사칙연산

by 친절한금금

그대의 인생에 사칙연산은 무엇인가요?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빼고

무엇을 곱하고

무엇을 나눌 건가요?


친하게 지내는 언니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 글쎄.. 내 인생의 사칙연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었다.


올해는 나를 빼고
너를 더하는 초등맘이 되는 것.



아이가 초등학교에 간다고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막상 3월이 되니 기존에 해오던 다양한 스터디 활동들을 이어가는데 초등학교 입학은 큰 장애물이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올해 아이 둘의 스케줄이 완전히 바뀐 것에 큰 영향을 받았다. 편도 20분 거리의 유치원과 학원을 세 번 라이딩해야 한다. 오전 오후 학원 차량 선생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학원을 모두 마치면 이제 공부방이 시작된다. 공부방 학생들에게 저녁밥 제공은 필수다. 공부를 가르치고 밥까지 먹인 뒤 씻기는 일까지 모두 완수해야 겨우 하루의 마침표를 찍는다.


시간이 1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모두 기관에 가고 한두 시간이라도 여유가 생긴다. 금쪽같은 시간에 자아를 탐험하면 되겠지만, 에너지가 없다는 핑계로 손에 리모컨을 든다. 머리는 푹신한 소파에 기댄 채로 웅크리고 누워 멍하니 티브이를 보다 외친다. "하이 빅스비, 10분 뒤에 깨워줘". 10분이 20분으로 늘어나기를 반복하는 순간 어느새 큰 아이 하교시간이다.


2023년은 그랬다. 나도 모르게 힘이 빠지고 무력하지만 전보다 아이들에게 신경을 쓰게 되었다. '나는 성장할 거야'라고 소리 없이 아우성치며 발버둥 치던 나를 뺐다. 대신 아이들의 영양을 신경 쓰고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알고자 하는 엄마를 더했다. 커서 공부하고 싶으면 잘할 것이라고 방임하던 엄마에서 삶의 조력자로서 노력하는 엄마의 역할을 더했다.


나를 빼다 보니 그동안 해오던 일 중 진하게 하고 싶은 몇 가지만이 남았다. 매일 하는 일은 자신 없는 나에게 일주일에 한 번 내 삶을 글로 표현하는 브런치는 일명 "치료제"이다. 마음이 들썩거리고 소란할 때 글을 쓰면 폭포수를 뒤집어쓴 것처럼 차분해진다.


브런치 글쓰기는 블로그와 다르게 객관화시켜서 쓰려고 노력한다. 그렇다 보니 주관적인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한다. 글을 통해 부서진 조각의 블록들이 단단한 성으로 쌓아지면서 갈팡질팡하던 마음을 다스려준다.


글이 마음의 치료제를 톡톡히 할 때 그림 또한 힐링을 선물한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캔버스에 집중할 수 있다.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고 무슨 색을 고를까 생각하면서 손을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한 장의 아웃풋이 완성된다. 소소하고 분명한 성공을 거머쥐는 기쁨들이 쌓이는 최고의 취미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적된 그림을 넘길 때 분명하게 발전된 모습에서 자존감이 곱해진다.


올해는 나의 자존감을 곱하기 위해 글과 그림에만 몰입할 생각이다. 좋아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이어오는 것들에 심도 있는 노력을 펼쳐보자.


세워둔 결심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게으름'을 나누는 일 일 것이다. 오늘도 수요일 발행일자에 맞춰 미리 계획하여 브런치 글을 쓰지 않고 미뤄뒀다. 게으른 이 마음을 칼로 반 잘라 나눠 태평양 한가운데 버리고 싶다.


'그대의 인생의 사칙연산은 무엇인가요?' 며칠 동안 고민하던 올해의 방향이 선명해졌다. 나를 뺐지만 너를 채우며 또 다른 나를 찾을 것이다. 게으름을 나누어 바지런하게 글과 그림에 몰입할 수 있는 2023년을 보내자. 초등맘이 되면서 많은 환경이 변했지만 내 인생의 사칙연산을 통해 어려운 인생문제도 풀어나갈 것이라 다짐한다.


+좋은 질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자아탐험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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