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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금금 Jun 29. 2023

책 쓰기 할 필요가 있을까?

좋은 글이 쓰고 싶다

지인을 통해 좋은 수업을 알게 되어 신청했다. 인천 학부모 글바시 연수를 듣기로 한 것이다. 매주 수요일 아침 10시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3주 동안 열리는 수업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정보는 글바시 <내 인생의 첫 책 쓰기>라는 말 뿐이었다. 글바시는 글로 삶을 바꾸는 시간을 말한다. 책을 읽는 인천을 넘어 책을 쓰는 인천을 위한 연수로 무려 400여 명의 학부모가 참석했다. 아무런 정보 없이 "책 쓰기"라는 말이 끌려서 무작정 신청 버튼을 클릭했다. 고민을 하는 시간 따위는 없었다. 글쓰기에 나름 진심이라고 생각했고 책 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무료로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 등원시간이 항상 문제였다. 평소 지각을 일삼았기에 수업이 있는 날은 전 날부터 온 신경이 등원 시간에 집중된다. 평소보다 일찍 재우고 깨워야 하는 수고와 오전에 집안을 미리 치워야 하는 부지런함이 귀찮지가 않았다. '책 쓰기를 배운다'는 목표 아래 어떤 장애물도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홍승완 작가의 강의는 참 매력적이었다. 주양육자로서 아이를 키우며 본업을 유지하고 있었던 작가님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눈높이에 맞춰 위트 있는 수업을 이어갔다. 김치 담그기, 육아, 정리 정돈 같은 것들도 나만이 잘할 수 있는 강점이라면 기획하여 책으로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전문지식을 갖추거나 뛰어난 문장력을 무기로 하여야만 책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위인 혹은 인플루언서 같은 대단한 사람만이 책을 쓴다는 편견이 사라졌다.


단군 이래로 독자층은 낮아지고 작가의 비중이 늘고 있는 현재에 책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책을 쓸 수 있다. 옆집 철수도 앞집 영희도 책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글을 쓰세요"라는 한마디였다. 3주간의 수업을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문자답해보았다.


'나에게 책 쓰기가 필요한가?'

'왜 책을 쓰고 싶은가?'

'나는 어떨 때 책을 읽는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유일하게 나 다울 수 있는 시간을 사랑한다. 고요한 방 안에서 조용히 들리는 배경음악뒤로 리드미컬하게 자판을 치는 이 시간이 즐겁다.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린다는 것은 나 홀로 쓰는 일기장과는 다름을 느낀다. 타인과 글을 공유함로써 정보를 나누거나 위안을 받으며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브런치 스토리에 글이 쌓이면서 간혹 모르는 분들이 달아주시는 정성 어린 댓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일상을 담은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가슴 한쪽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때 생각해 보았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가치를 담은 글도 책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수업을 들을수록 생각에 확신이 더해진 것이 아니라 회피가 되어가고 있다.


작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획이 세워지면 빠르면 2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책 한 권이 완성된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남과 다른 '콘셉트'이다. 나에게는 한 권의 책을 이끌어 갈 뾰족한 무언가가 없다. 무엇보다 더 명확한 이유는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메시지'에 대한 서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책 쓰는 것을 포기할 것인가? 그건 아니다. 서두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능력과 여력이 안 되는 상황임을 인정했다. 홍승완 작가님은 인풋 없이는 아웃풋이 있을 수 없으니 많은 책을 읽을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나는 토해내며 나를 성찰하기에 바빠 쓰기에 만 집착하고 있다. 더군다나 엉덩이를 붙이고 매일 2시간 이상 투자 할 수 있는 여력 또한 부족하다. 책을 만들 만큼의 기획력과 문장력이 없는 것도 한몫할 것이다.


그러나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좋은 글이 모여 좋은 책 한 권을 만들고 싶다. 나처럼 유리멘털을 가진 사람들이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글,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힘, 사소한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글로 남기며 치유하는 방법 등을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 작가의 말을 인용한 홍승완 작가가 말했다. 글쓰기를 위해서 책만 읽고 수업으로 그칠 것이 아니다. 화려한 문구류를 늘리며 글 쓸 준비만 하지 말고 매일 써야 한다.


더불어 홍승완 작가가 덧붙인 글쓰기의 최고 방법은 '퇴고'라고 했다. 헤밍웨이가 말했듯 "모든 초고는 걸레다". 초고는 생각나는 대로 막 쓰는 것이다. 맞춤법도 상관없고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도 중요하지 않다. 머릿속에 있는 것을 모두 털어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어지럽게 펼쳐진 내 방 같은 글을 정돈하는 일이다. 주제는 일맥 상통하는지, 틀린 곳은 없는지, 부드럽게 읽히는지 퇴고를 거쳐야 만 글의 품질은 향상된다.


퇴고를 하는 방법에서 숙성의 시간을 가지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작가는 초고를 쓰고 6개월 뒤에 본다고 했지만 하루 혹은 몇 시간이라도 다른 생각을 한 뒤 글을 마주하라고 했다. 인쇄 퇴고를 하지는 않지만 숙성의 시간을 우연찮게 지키고 있는 것 같다. 시간에 쫏겨 글을 쓰다 보면 아이 하원시간이 다가온다. 틈틈이 시간이 날 때 브런치 스토리 앱을 켜고 끊임없이 수정을 한다. 마음이 급할 때는 발행 후에 읽어가면서 수정을 할 때도 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난 뒤 글을 보면 당장에 안 보이던 부분들이 보이는 것이다. 나름 엉덩이를 붙여 집중해서 초고를 쓰고 시간이 지난 뒤 짬짬이 퇴고하려고 노력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는 성경조차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글이 아닌 핵심 독자를 위하여 좋은 글을 쓰자. 판매량이 엄청난 슬램덩크의 저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단 한 명의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고 했다. 처음 글을 쓸 때 나의 독자는 딸들이었다. 어제 일도 온전히 기억나지 않는 내가 그날의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썼다. 아직 딸들과 나 외에 누군가를 대상으로 한 글쓰기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처음 브런치 북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건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를 쓸 때였다. 핵심 독자를 타깃 하여


쓰기를 시작한 지 2년이 되어가고 있다. 아무런 계획 없이 나를 돌아보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무작정 핸드폰의 타자를 누르고 키보드 자판을 두드려왔다. <내 인생의 첫 책 쓰기> 수업을 듣고 보니 궁극적으로는 책쓰기일테지만 계획적으로 좋은 글을 쓰자는 목표가 생겼다. 이것을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은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더불어 글쓰기를 위한 글 쓰는 연습을 멈추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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