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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금금 Jul 06. 2023

불편한 편의점에 방문한 손님이 된 것처럼

<불편한 편의점 2>를 완독하고

내 생에 최초로 하루 만에 완독 한 책은 <불편한 편의점>이었다.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흠뻑 빠져 책장을 덮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지친 삶의 도피였다. 책과 서점은 좋아하지만 완독 하는 책이 별로 없고 독서량도 많지 않은 내가 유일하게 책을 잡아 들 때는 책 속에서 답을 구하기 위해서다. <불편한 편의점>을 읽을 당시 나는 고립되어 있었다. 답이 없는 문제지를 풀어야 하는 학생처럼 현실에서 마주한 갑갑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건 책이었고,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책에서 많은 것을 일러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내가 느낀 것은 '살아가는 건 누구나 힘들다는 것' 하나였다. 힘든 인생의 여정에 독고처럼 가만히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불편한 생활 속에 편한 길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됐다. 가장 가까이에 있지만 상처주기 쉬운 가족들에게 독고가 내려주는 처방처럼 가만히 들어준다면 상처받을 일이 없을 텐데. 블로그에 써 놓았던 그때의 기록을 보니 책에서 받았던 따뜻한 위로가 다시 전해진다.


가만히 들어주는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2>가 나왔다는 소식에 냉큼 서점으로 달려갔다. 망설일 틈도 없이 책을 보려고 했지만 살만해서였을까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읽는 것보다 쓰는 것에 집중하고 나를 쏟아 내기에 바빴던 나머지 독서의 중요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잘 쓰고 싶다면 여러 글을 봐야 하는데 여전히 나를 풀어내기에 바쁜 나는 책을 등한시했다.


인생은 회전목마와 같다고 했던가. 오르락내리락 쉬지 않고 돌아가는 회전목마에 몸을 실은 나는 언제 한 번 올라간 적이 있기나 했었나 싶을 정도로 깊은 좌절 속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다시 책을 들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불편한 편의점 2>는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갈수록 더 흡입력이 있었다. 읽는 독자의 정신 상태가 책에 몰입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에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다. 어제오늘 책을 읽으며 빨간 줄을 얼마나 많이 그었는지 모르겠다. 자기 계발서도 아닌 소설을 읽고 있는데 시험공부하는 고등학생이라도 된 듯 밑줄을 좍좍 그으며 보다니. 소설이라는 가상의 현실 속에서 삶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김호연 작가에게 많은 감탄을 했다.




나의 고민은 '친절함'이었다.

닉네임이 친절한금금으로 정해질만큼 타인에게 친절한 편이다.


이런 친절함이 나에게 해당되지 않았다는 것에 깊은 탄식을 했다.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기 위해 나를 천시하는 일에 관대했다. 상대를 이해한다는 명목아래 나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잘 지내면 된 거라고 생각했다. 참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쌓은 마음의 돌탑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냈다. 하지만 돌탑은 견고하지 않았다. 시멘트를 바른 것도 아니고 나무를 조립해서 만든 것도 아니기에 세찬 바람이 불고 폭우가 내리면 얼마든지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같았다. 괜찮을거라고 여겼던 나의 돌탑이 결국에는 무너져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옳다고 생각했던 여러 일들에 대해 No 사인이 내려진 것이다.



민식은 누나와의 오랜 싸움에 대해 또 털어놓았는데, 금보 씨는 수저질을 하면서도 눈을 크게 뜨고 그의 마를 들어주었다. 이 사람은 듣는 데 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사람들에게 친절한 게 기본인 인간형이거나. 민식은 보통 이런 사람을 호구라고 여기는데, 이런 호구라면 같은 편이어도 괜찮을 듯했다.

<불편한 편의점 2> 235page


나는 호구였다. 어학사전의 뜻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데 내가 딱 그 짝이었다. 착한다는 명목아래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고 남의 비유를 맞추면서 내 주장조차 펼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것을 깨닫는데 '비교'라는 발암물질이 있었다.


비교하면 암 생겨. 그러니까 비교 따위 하지 말고 자기답게 살면 된다니까.

<불편한 편의점 2> 240page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바보처럼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비교는 암이라고 책에서 말하더니 손톱만큼 작았던 것이 내 몸을 장악할 정도로 커져버렸다. 마음이 아프니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전에는 아픈 것들을 물리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혼자 이겨내려고 했다. 혼자 영화를 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책을 보는 것들로 '내가 잘하면 다시 괜찮아질 거야'라고 위안했다. 하지만 살아가는 것은 일방통행이 아니기에 나 혼자 잘한다고 목적지에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상대편에서 오는 차를 살펴야 하고 옆 차선에서 달리는 차들과 서로 방어하면서 조심해야 끝까지 갈 수 있다.


무슨 일이든 나 혼자 잘해서 되는 일은 없다.


삶은 계속되고 있었고, 살아야 한다면 진짜 삶을 살아야 했다. 무의적으로 내쉬는 호흡이 아니라 힘 있게 내뿜는 숨소리를 들으며 살고 싶었다.

<불편한 편의점 2> 249page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모르는 척 눈감았다. 내가 참으면 괜찮아지는 일상이 무의식처럼 젖어갈 때쯤 목구멍으로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진짜 숨을 쉬기 위해 옳은 것을 모른척하지 않고 내뱉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만 하루를 살더라도 떳떳하게 내 이야기를 하면서 살고 싶다. 아닌 것에는 분명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미움받을 용기를 품을 것이다. 그 일이 나에게는 살 떨리게 무서워 겁먹은 토끼처럼 10년 동안 토끼 굴 안에 틀어박히게 했지만 이제는 나올 것이다. 가시밭길이라 할지라도 밝은 빛을 받으며 그 너머에 있는 초원을 향해 뛸 것을 다짐한다.


결국 쓰는 일이란 게 자기 확신을 가지는 일인 거 같아요.

<불편한 편의점 2> 292page


나는 이렇게 오늘도 쓰면서 나의 앞날을 다지고 있다. 쓰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있던 생각이 드라이아이스의 연기처럼 사라질 텐데 정리해서 쓰고 나니 단단한 얼음을 조각상을 만든 것처럼 구체화되었다. 살다가 이 마음을 잊어버리면 다시 얼음 조각상을 보러 올 것이다. 나의 다짐이 녹아 없어지지 않도록.

 <불편한 편의점2> 행복의 찰나가 잦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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