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위해 부산에 있는 시댁으로 향했다. 마른벼락을 구경하며 휴게소 한 번 들리지 않고 인천에서 부산까지 6시간 내로 도착한 것은 처음이었다. 아이들이 많이 크기도 했거니와 퇴근 시간이 지나 출발했기에 한 번 잠이든 아이들은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덕분에 졸음 쉼터를 잠시 방문하여 시댁에 12시 전에 도착할 수 있다.
부산에 살고 있는 시동생 식구 또한 아이들의 여름방학을 즐기기 위해 시댁에서 함께했다.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동서 식구 뒤로 투명 케이스를 잔뜩 들고 오는 조카가 보였다. 네모진 투명 공간 안에는 조카가 애지중지 키우는 사마귀가 담겨 있었다. 다섯 마리를 데려왔으니 케이크 상자 크기의 투명 케이지를 다섯 통 들고 온 정성에 한번 놀라고, 사마귀를 키우는 조카의 특이한 취미에 혀를 내둘렀다.
조카는 유달리 곤충에 관심이 많은 아이다. 뜯어말리지 않으면 해가 질 때까지 신이 나서 시골 주변을 서성인다. 물놀이가 한창인 이번 여름휴가에서도 커다란 인덱스 풀장에서보다 자연 속 풀숲을 돌아다닌 시간이 많은 조카였다.
집에 있는 사마귀들을 바리바리 싸 온 이유는 영양식 공급을 위해서였다. 휴가동안 할아버지 밭에서 사마귀들의 먹이를 잡아다 직접 줄 생각에 상기된 표정으로 할아버지 집에 사마귀들을 데려 온 것이다.
휴가 첫날은 시아버지 밭이 아닌 워터파크에 갔다. 어쩔 수없이 사마귀들을 집에 두고 한창을 놀다 왔다. 마당에 놔두면 개미들의 습격을 받을까 걱정되어 집 안에 있는 신발장 위에 고이 모셔두고 폭염 속 물놀이를 위해 떠났다. 무더위 속 워터파크는 냉장고처럼 시원했다. 동심이 차오를 만큼 파도를 즐기고 물 위의 슬라이드를 타면서 일상은 잊은 지 오래였다. 물에 불어 쪼글 해진 손에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겨우 시댁에 돌아왔다.
큰아빠에게 사마귀를 자랑하겠다는 조카는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신발장위로 달려갔다.
"아.. 아빠 어떡해.. 사마귀가 죽었어"
조카의 놀란 목소리에 모든 식구가 마당으로 모였다. 투명 케이지 안과 밖에 개미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조카가 가장 아끼던 사마귀는 쓰러졌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애써 케이지밖으로 꺼내봤지만 알이 가득 찬 사마귀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탁한 죽은 눈빛을 낼 뿐이었다.
얼마뒤면 사마귀가 알을 낳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기대가 가득했던 조카였다. 다리가 다쳐 사냥을 할 수 없는 사마귀에게 직접 먹이를 주며 보살폈는데... 이런 식의 결말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케이지 안에는 아직도 손톱보다 작은 개미들이자기 집인 양 판을 쳤다. 호수에 물을 뿌려 사마귀 집을 청소하고 나무로 된 신발장 주변에 개미약을 뿌렸다. 평소 눈에 보이지 않던 개미가 나무 신발장 뒤에 개미집을 틀어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섬뜩했다. 어쩐지 모기 소리가 들리지도 않은데 가끔 빨갛게 부어오른 피부의 원인이 개미였다는 결론에 도달하니 무릎이 탁! 쳐졌다.
조카는 울지도 못하고 사마귀를 잃은 슬픔을 삭히고 있었다. 반면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크기와 힘의 세기로 봤을 때 사마귀가 개미에게 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죽어있는 상태도 아닌데? 살아있는 사마귀를 여러 마리의 개미가 달려들면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인해전술이란 성능이 뛰어난 무기에 의지하기보다는 압도적인 숫자의 병력을 투입하는 방법으로 적에게 맞서는 전술을 말한다. 개미 한 마리와 사마귀 한 마리를 비교하면 개미는 사마귀를 이길 수없다. 하지만 플라틱 통 안에 갇힌 다리 다친 사마귀에게 압도적인 개미떼는 능력을 무산시키는 압박이었을 것이다.
개미라고 하면 베짱이가 놀 때 착하게 땀 흘려 일 만하는 성실함의 대명사라고 생각했는데인해전술처럼 플라스틱 안의 사마귀를 잡아먹는 모습을 봤다.다수의 힘?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기는 한 방? 여러 의미가 떠오르는 개미떼의 습격이었지만 정을 나눴던 암 사마귀의 모습이 아련해서 그저 개미가 미울 뿐이다. 그들도 그들의 일을 한 것뿐인데.아무래도 정이라는 게 쌓이고 1대 다수의 습격에 놀란 마음이 진정되지 않은 것 같다. 자연의 섭리를 통해 많은 것을 체험한 순간이지만 글로서도 정리되지 않는 마음이 답답하기만 하다... 내가 키우진 않았지만 안녕 섭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