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억지로 하는 거야

by 친절한금금

답답함이 하늘을 찌른다. 내 공부도 아니고 딸의 공부 때문에 이렇게까지 아무 일도 못하고 매달린다고? 단 거 사주고 좋아할 만한 것들을 보상이라는 체계로 하여 어떻게든 하루의 숙제를 마무리하다 보면 온몸의 수분이 빠져 늘어지기 일쑤다. 비워진 것을 채우기 위해 카페인과 알코올을 들이부으며 정신을 챙겨보지만 오히려 역효과인 게 커피와 술. 속은 쓰리고 몸도 붓고 스트레스는 늘어간다.


빨래도 제 때 개지 못해 산더미처럼 쌓인 옷더미 숲을 정돈하며 유튜브를 켰다. 단순노동에 손이 고생하지 머리마저 쉴 수 없다는 생각에 자기 계발과 관련한 영상을 찾다 기가 막힌 것을 발견했다.


https://youtu.be/u-y3IQwef8A


"공부는 억지로 하는 거예요."


이 한마디에 그동안의 고민이 모두 종결됐다. 인터뷰하는 기자에게 지금 하는 일이 즐겁냐고 조선미 교수님이 물어봤다. 재미있다고 단박에 말했지만 힘든 순간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답변에 이어 조선미 교수님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지금 하는 일이 좋지만 어려운 순간들도 많다.하지만 순간을 이겨내고 성과를 냈을 때의 희열을 느끼며 계속 공부한다는 뉘앙스로 기억한다.


공부를 즐겁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아직 어린아이에게 학습을 강요하는 것이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커서 때가 되면 할 텐데라는 생각과 놀고 싶은 아이의 욕구를 존중해주고 싶었다. 그러다 주변을 둘러보고 내 아이만 뒤처지는 것을 보고 가슴을 치게 되는 것이다.


조선미 교수님의 영상을 보고 난 후 핵심은 공부는 생각 없이 억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밌는 하는 게 공부라며 놀이식으로 가르쳤더니 어려운 이론에 부딪히는 순간이 오면 아이는 달아난다. 공부는 재밌는 거라더니 전혀 그렇지 않은 현실에 놀란 것이다.


초등 저학년에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근육도 꾸준한 연습으로 만들어지듯 공부 맷집을 키워야 한다고. 화를 낼 필요도 없이 하루 20분 동안 정해진 분량을 말없이 집중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아이의 공부는 이제 정리가 되었다.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엄마이다 보니 억지로 시키는 것에 부담이 있었는데, 이제 가슴에 짐을 덜어내도 되겠다. 공부는 원래 그런 것이다.


그런데 나는? 나의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취미로 디지털 드로잉을 일 년 넘게 이어가고 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인생의 단면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었다. 재밌고 기쁘고 힐링되는 즐거운 취미가 요새 꽉 막힌 고속도로처럼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채 정체되었다.


왜 그럴까?


게으른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말 그대로 일을 귀찮아한다. 마감기한이 되어야 일을 시작한다. 잘하려는 욕심에 고민하다 늦은 게 아니라 미룬 것뿐이다.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일주일에 3번뿐이지만 미루지 않는 유일한 일 중 하나였다. 그런데 최근 브레이크가 걸렸다. 아이의 공부를 핑계 삼아 하나 둘 나를 위한 일들을 놓더니 애정하던 취미조차 거들떠볼 힘이 나지 않는 것이다.


시간 별로 픽업을 가고 항시 붙어 있는 방학인지라 조금의 시간이 생기면 멍 때리기 위해 누울 자리를 찾는다. 개학해서 오전 시간을 찾으면 다시 돌아올까? 분명 시간의 문제보다 의지가 나를 가로막는다. 공부를 억지로 해야 늘듯, 백날 잘 그리고 싶은 욕심에 생각만으로 그림을 그려봐야 아웃풋 없는 허상이다. 억지로 나를 책상에 앉히고 펜을 잡고 일단 그려야 한다. 그래야 수정을 해서 완성에 다가설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브런치 쓰기는 글의 밀도에 관계없이 어거지로 쓰고 있다. 억지로 쓴 이 글이 훗날 더 나은 글쓰기를 위해 0.00001% 라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믿듯이 내일 아침에는 꼭 그림을 그려야겠다! 그림이 주는 편안함과 힐링의 순간을 다시 느끼기 위해 누워있기를 거부하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그려보자. 무언가 얻기 위해 마냥 좋은 것 만은 없는 힘든 고비의 순간이 있는 걸 받아들이면 지금의 슬럼프도 조금은 쉽게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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