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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현 철학관 Mar 09. 2021

고양이에게도 지적장애가 있을까?

이래도 고양이 키우고 싶어요?

아침마다 안 일어나면 집사 머리를 때려서 깨우고, 머리카락을 뜯어서 깨우고, 일 끝나고 집에 들어오면 좀 눕거나 잠시 멍 때리면서 쉬고 싶은데 장난감 있는 곳으로 올 때까지 울며 소리를 지른다. 매일 같이 창문을 열어달라 소리를 지르고, 이리 와봐라 소리를 지르고, 자기가 졸릴 때는 아이가 투정을 부리듯 한참을 울다가 제 무릎 위로 올라와 가슴팍에 머리를 박고 재워달라고 보챈다. 집에 있는 다른 고양이들끼리 서로 핥아줄 때는 꼭 예쁘게 안 핥고 눈알을 뽑아 먹을 것처럼 격하게 그루밍을 해주다가 싸움이 나기도 하고, 심심하면 몸집이 작고 약한 호두를 괴롭히고 시비를 건다.


그런 체다의 울음소리에 지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머지 두 마리는 솔직히 키우는 게 어렵진 않다. 특별하게 나를 힘들게 하는 일도 없고, 같이 산 세월이 좀 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쌓여서인지 표정만 봐도 뭘 원하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체다도 알 수는 있다.


체다가 다른 애들보다 유별난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이 놈을 그냥 '관종'으로 정의 내렸을 뿐, 다른 애들보다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이 필요한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우리 체다가 지적장애가 있는 건 아닐까, 지적장애라는 게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른 애들이 평소에 체다에게 얼마나 져주는지, 양보하는지, 챙겨줬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내 짐작에 확신을 주었다. 어쩌면 치즈와 호두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유튜브를 찾아보니 (다행히도) 지적 장애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대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아지나 고양이는 제2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기쁨, 슬픔, 애착, 호기심, 분노, 불안 등 기본적인 감정은 느낄 수 있지만 제2의 감정, 예를 들어 질투와 같은 감정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자연 생태계에는 없는 감정이지만 사람과 유대를 통해 습득한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기본 감정: 분노, 불안, 기쁨, 슬픔, 애착, 호기심

중뇌 화학 작용, 생존을 위한 기본 감정


제2의 감정: 질투, 자존심, 공감능력, 죄의식, 수치심, 곤혹

자의식에 의해 발현, 대뇌 심피질에서 작용


특기: 집사 베개 뺏어서 꿀잠 자기
개꿀
커버가 같지만 모두 다른 날임
역시 개꿀
낮잠도 특이하게 잠
이렇게도 자는 중
집사의 부캐는 고양이 침대
최애 스팟 중 하나
토닥여주는 집사 품에서 잠들기 개꿀


사실 그동안 체다를 보면서 다른 아이들보다 지능이 높고 오히려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말도 많고, 의사전달도 명확해서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교감할 수 있었고 덕분에 키우는 게 더 힘들고 피곤했다. 사람 같을 때가 많아서 아이를 낳아 기른다면 이런 느낌일까? 짐작했다. 하지만 갑자기 왜 장애일까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된 것 같다. 내가 어느덧 체다를 고양이가 아닌 사람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행동하길 바라고 있었던 게 아닐까?


어린아이처럼 자기가 원하는 것만 요구하고 받아들여질 때까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며 아이 같다는 생각을 넘어 지적 장애가 있어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애착 불안 증세와 더불어 에너지가 넘치는 체다를 훈련시켜 보겠다며 최근에는 클리커와 어질러 티(Agility) 기구들을 샀다. 과연 우리는 다시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 한번 시도해 보았는데 역시 고양이를 훈련시키는 일이란 쉽지 않다. 한 번은 될지언정 두 번은 허락하지 않는 고양이들에게 훈련당하지 않고 훈련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내일도 머리를 맞거나 뜯기며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일찍 잠에 든다.. (또르륵)


치즈에게 발냄새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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