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차 디자이너의 고민
나도 나의 고민이 담긴 깊이 있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다. 회사에는 항상 사람 간에 이슈가 있다. 그래서 어쩔 때는 그 이슈 때문에 작업의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상황을 몇 번 마주하다 보면 속깊히 현타가 오면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멍을 때린다. 그다음은 체념의 단계, 그냥 해달라는 거 해주자. 더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나는 갈증이 난다.
나는 단순히 디자인 작업 그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디자인을 통해 문제 푸는 걸 좋아한다. (디자인으로 어떻게 문제를 푸냐고 묻는다면, 디자인이란 원래 심미적인 부분보다 기능적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 왜 새롭게 디자인을 해야 되는지, 이 작업에서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지, 목적에 맞게 새롭게 방향을 설계하고 시작해야 내가 마음이 편하다. 다시 처음 단계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작업 시간을 단축 시키기 위해 이런 고민을 해오기 시작했다. 보다 원론적인 고찰. 그렇기에 회사에서는 솔직히 나를 이해 못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런 나의 고민을 알아준다면 차차 이해되겠지 하며 애써 관계까지 노력해서 만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는 참 미련한 사람이고, 마음에 없는 말은 죽어도 못하는 바보다. 이게 그렇게 중요한가?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영화 항거에서 유관순 역할을 연기했던 고아성 배우가 어떤 연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항상 실존하는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는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 유관순 열사가 갇혀있던 서대문형무소 감옥에 찾아가 당신을 연기하게 되었다고, 그 기회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녀가 한국의 일제강점기와 독립투사들에 대해 알아가면서 어떻게 연기를 할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시작할 때 그 태도 만으로도 그녀가 본인의 일에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접근하는지 알 수 있었다. 멋지다. 그리고 부끄러움도 함께 왔다. 나는 여태 무엇을 위해서 디자인했었나.
학부 때는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언제나 정의감에 불타는 뜨거운 사람이었다. 워낙에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학부 때 과제를 다 사회 이슈로 정했다. 하지만 철이 들면서 그게 돈이 안된다는 걸 일찍이 깨닫고, 돈을 주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입맛을 맞춰주는 업무에 익숙해진 것 같다. 아니면 익숙해져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직 멀리 가진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꽤 걸어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걸까?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이너
너무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 정했던 나의 정체성은 이거였다. 디자이너로서의 사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끄럽지만, 늘 이게 나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며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자기소개서도 쓰고 그랬던 것 같다. (기억이 안 나는 척) 더 헤매기 전에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산업군에서 일을 할 것인지, 앞으로의 나의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정리해봐야겠다. 고아성은 너무 사랑스럽고 예쁜 사람이다.
고아성 인터뷰 보러 가기 >> https://youtu.be/RTTa2zS3PFA
여러분은 현재 어떤 디자인을 하고 계신가요? 앞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으세요? 디자이너로써 어떤 고민거리를 갖고 계신가요?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