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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Nov 01. 2020

[줄넘기를 하면 키 170cm가 될 줄 알았어]

: 성장판이 90%닫힌, 어느 중2 여자의 착각

  

중학교 2학년.

우연히 책을 읽다가 여자는 이 나이쯤 성장판이 닫힌단 충격적인 글을 읽게 되었어.

당시 내 키는 165cm 가까이가 됐었으니 평균 키보다는 큰 편이었지.

하지만 친하던 지혜처럼 168cm 이상이 되고 싶었던 나는 더 커야만 했어.     


사실 주제를 모르고 꾸었던 꿈은 미스코리아 ‘경북 진’.

제법 꿈이 구체적으로  요래요래 설계가 될 무렵,

당장 50kg이 훌쩍 넘는 몸무게는 그렇다 치고 (당시 연예인들은 다 45kg)

우선 키부터 키울 셈으로 매일 밤 줄넘기를 들고 아파트 옥상 엘 올라가기 시작했지.

    

캄캄한 밤. 적막을 뚫고 ‘휘리릭 휘릭...’


간혹 1도 2회전 연속 10번에라도 성공하면

그 성취감의 짜릿함이 발끝에서 모발까지 ‘찌릿~’하고 전달되는 게 아니겠어.

달밤의 체조. 제법 나의 밤하늘은 아름다웠던 것 같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나의 줄넘기는 갈 곳을 잃고선 신발장 한 구석으로)

(그리고 깊은 동면을 취하게 되었지만)     


단숨에 하고 싶은 뭔가를 성취하고 싶던 내 화끈한 성격,

그리고 무릎의 성장판은 궁합이 잘 맞지 않았어.

아마 더 심각하게 뛰다가 연골에 염증이 퍼졌을지도 모를 일...

     

키에 관심이 생기면서는 집으로 배달 오는 흰 우유가 그렇게 귀할 수가 없었어.

역시나 한창 클 시기인 동생이 ‘날름’ 하기 전에 사수해야 했던 나.

복도를 오가는 우유 배달 아주머니의 발자국 소리를 귀신 같이 듣기도 했던...

내 생애에서 가장 마이크로스럽게 청력이 발달한 시기로 기억해.

.

.

.

이후로 내 키는 1센티미터가량이 더 자란 뒤

166cm로 박제가 되어버렸어.(지금은 나이 들어서 좀 줄었으려나?)      

중3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또래 연예인 '신민아'와 키가 같다며 합리화를 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하늘로 멀리멀리 날려 보내버린 나의 웃펐던 하나의 꿈.

슈퍼모델도 아니고 ‘미스코리아’          





(c)2020. GOU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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