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면 예뻐질 줄 알았어]

: 흔한 고등학생의 외모에 관한 착각

by 이고운


한창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고등학교 시절의 나.

성인과 청소년의 중간 기로에서 심쿵하고 응큼하고 화려하기까지 한 생각의 나래를

정말 마구 마아구 펼치곤 했었어.


그칠 줄 모르고 뻗어 나기 시작하는 나의 기운찬 생각 잔뿌리들.

생각의 기운을 싹둑싹둑 하는 건 엄빠의 몫이었을까...

그들은 내 귀에 한 마디를 반복적으로 구겨 넣기 시작했어.


“모~~ 든 것은 대학을 간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한두 마디쯤 아주 더 달달하고 찐하게 퍼부어주셨어.

“커서 대학 가면 인물이 날끼다!”

(즉, 예뻐진단 소리였지)


“좋은 대학에 가면 잘생기고 멋있는 남자 친구들이 있다!”


그러니 너는...

교복차림에 정돈되지 않은 뻗친 단발에 여드름 투성이인 얼굴에 통통한 건 아니지만 약간 부은 듯 태가 나지 않는 몸매로 옆 학교 웃 학교 남아들에게 관심이란 두지도 말고 19살까지 모의고사나 열심히 치는 것만이 인생의 빛을 위한 ‘지금 당장 빛나는 방도!’란 결론이 서게 되었어.


그래. 부모님의 말을 찰떡같이 듣고 착하게도 욕망을 억눌렀지.

당시의 내 모든 호기심들을 누를 수 있었든 까닭은 오로지 그 믿음들 때문이었어.


“대학에 가면 인물이 날끼다!”

“대학에 가면 정말 멋진 남자 친구가 생긴다!”


'좋은 대학'이 인생 성공 정답이라도 되는 줄 알았던 그 시절.

고등학생 자녀 다루기에 나름 성공한 우리 부모님.


맞는 말도 틀린 말도 아닌 그 애매한 진실을 가슴에 간직하며

나의 상상력과 뇌 구조는 더욱 섬세하고 복잡하며 화려해지기 시작했어.

그랬던 까닭에서 일까, 대학에 입학하던 순간은 내 생애 최고로 짜릿하고 설레었던 것 같아.


대학 입학 이후로?

오토매틱한 예쁨도, 잘생김과 멋짐을 겸비한 남자 친구(내 기준의 테리우스)도 없었더라는

매우 웃픈 억울함만이 한 움큼.

(ㅎㅎ)




KakaoTalk_20201101_213217134_05.jpg (c)2020. GOU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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