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이들은 63 빌딩에 자주 가는 줄 알았어]

: 지방에 사는 아이의 착각

by 이고운


서울에 대한 일종의 동경이랄까...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 같은 느낌으로 첫 발을 내디딘 기억이 나.

대학에 온 뒤로 주말이면 늘 서울 곳곳을 투어 하는 재미가 쏠쏠했어.


그런 나의 발길을 돕는 건 늘 지하철.

지방에서는 색깔 별로 눈을 이리저리 굴려 역명을 읽어보던 것 외엔 전혀 쓸데가 없었던 페이지.

문구점에서 산 다이어리 속 지하철 노선도 페이지를 '필요에 의해' 펼쳐야 하는 설렘.


그 설렘이 어느 정도였냐면...

아마도 내내 세계지도 구경만 하다 처음으로 해외를 가던 느낌과 흡사했던 것 같아.


환승시스템을 처음 경험하고, 교통카드조차 처음 사용해보는 나에게

‘삑’ 소리와 함께 몸을 들이미는 타이밍,

그리고 버스를 타고 내릴 때 카드를 꼭 찍어야만 했던 일은 그야말로 문화충격이었어.

나와 자주 서울 구경을 나가주던 서울 토박이 친구 H는 늘 고마운 아이였지.

서울 사람들이 코를 베어간단 이상한 얘기들과 전혀 맞지 않게 너무 소탈했고,

황토색 점퍼를 교복처럼 입고 다닐 만큼 수수해서(서울 아이들은 삐까뻔쩍 옷만 좋아하는 줄 알았던 )

'서울인'에 관한 고정관념을 싹 없애주기도 했고 말이지.


그에 더해 나는 이 서울 친구에 대해 과대한 착각을 하고 있었지.

지하철 노선을 보지 않고도 여기저기 나를 척척 데려가 줄 것이란 기대를 한 것.


알고 봤더니 허당미가 ‘뿜뿜’했던 이 친구.

방향을 잘 못 알거나 노선을 잘 못 선택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하는 등

다소의 의외성과 인간미를 자아내곤 했어.


둘 중에 한 명은 좀 ‘또리또리’하면 좋았으련만.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나 또한 크게 한 허당미를 간직한 아이였다는 게 참 웃픈 일.

서울 허당이 + 지방 허당이 조합은 참 답이 없지만 귀여웠어.

“나도 아직 63빌딩 안 가봤는데?”

서울 친구 H의 이 한마디가 그 당시 큰 충격이었달까.

그렇게 우리 둘은 난생처음으로 63빌딩을 마주하였지.


전망대 위에서 한강을 내려다보며 연신 외쳐댔어.

"우~~~~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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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참으로 지금 잠실타워가 듣고 비웃을 일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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