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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Nov 01. 2020

[너와 나, 항상 같은 동네일 줄 알았어]

그 시절 동네 꼬마들이 했던 착각 

  

초등학교 5학년 때 만난 같은 동네의 너는 

유난히 큰 키와 긴 다리가 정말 멋진 친구였어. 


'커서 모델을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스키니한 몸매로 

짝 달라붙는 청바지 맵시가 남다른 널 보며 

우리 아담한 키의 담임선생님까지도 감탄할 정도였지.     


6학년 때는 함께 악기에 심취했던 우리. 

당시 관악 고적대가 있었던 우리 초등학교에서 키가 큰 너는 테너 색소폰을, 

나는 클라리넷을 연주하며... 지금 생각해도 참 즐거웠던 것 같아!  

    

우리가 얼마나 친한 사이었는지를 돌이켜보니까 

정말 많은 추억들이 있었더라. 


함께 버스를 타고 큰 도시 시내를 가보자며 

난생처음 대구를 다녀온 일도 있었고(꽤 간이 컸던 초딩들),     


추석 명절에도 함께 붙어있고 싶었던 터라 우리 집으로 너를 불렀던 찰나, 

집안에 계시던 우리 할머니가 “명절에는 남의 집 사람 부르는 게 아니다!”하면서 

너를 쫓아내듯 혼내자 내가 엉엉 울었던 사건도 있었네! 

(우리 할머니가 바로 전형적인 옛날 엄한 할머니)  

        

그러다 내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버렸고, 

간간히 연락을 주고받던 와중 다시 같은 고등학교에서 만난 너. 


자연계에 있었던 너와 인문계이던 내가 편지를 종종 주고받던 일이 참 좋았어. 

그야말로 소녀감성이 미친 듯이 발동할 때였지. 

요즘 고등학생 친구들은 카톡을 주고받겠지만...


인문계와 자연계가 뭔지, 대학교가 뭔지 사는 지역이 뭔지...

테두리가 달라도 너무 달라진 너와 나는 그렇게 서서히 멀어질 수밖에는 없었더라.     


몇 년이 흐른 뒤 대학시절 너를 한 번쯤 찾았던 걸로 기억해. 

당시 유행이던 싸이월드 인물 찾기 검색으로 너를 찾았는데 낯설어도 그리 낯설 수가...     

여전히 내 기억 속의 너는 교복차림의 화장기 없는 모습이었던 거지. 


성숙한 듯 스타일이 변하고 대학에서 수많은 과 친구들과 어울리는 

너의 모습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어. 

사진이었지만 그 속에서의 너는 여전히 밝고 또 많이 달라진 것도 같았어.  

    

‘말을 걸까 말까?’ ‘정말 걸까 말까?’

.

.

.

그렇게 망설이다 너와 나는 영원이 아닌 영영 기억 속의 친구로 남아버렸네.  

   

“넌 지금 어느 테두리 안에서 살고 있을까?”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봐.


‘혹시라도 운명처럼 우리의 테두리에 교집합이 생기진 않을까?’     

만약에 다시 우리가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면?

.

.

.

버스 타고 대구 가지 않을래?




(c)2020. GOU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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