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고운 Nov 01. 2020

[나도 크면 위인이 될 줄 알았어]

그 시절, 위인전기를 읽으며 했던 통큰 착각 


막연한 두 글자 ‘성공’이란 단어 하나를 두고 막연한 다짐을 하곤 했던 것 같아. 

섬세하지 못하고 디테일하지 못한 다짐은 ‘열심히’ ‘열정적으로’ 등의 이름을 붙이고서 

늘 내 마음속에서 끝이 없는 달리기를 시작하곤 했지.      


어린 시절에 집안 가득 꽂혀있던 위인전기 전집이 내게 꽤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

방정환, 이순신, 세종대왕, 아인슈타인, 

그리고 여성으로서 나의 무한 존경을 받았던 유관순, 나이팅게일까지...     


초등학생 시절엔 다들 나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열심히 공부하면 그 사람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품지 않았어? 

아니지. 요즘은 어린 친구들이 ‘유튜버가 되겠다’, ‘아이돌 가수가 되겠다’라든지 

자본주의 기운을 일찌감치 얻고 부~우자가 되고 싶다고들 하니까. 

내가 찐으로 옛날 사람인 건 맞는 거구나.     


나도 지금이야 주커버그, 일론 머스크와 같은 CEO를 눈여겨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예스럽게도 클래식한 위인들을 동경했었지.      


몇 살 더 먹고 나서부터는 엉뚱한 취미가 하나 생겼는데, 

바로 엄마가 보는 주부생활 잡지를 몰래 훔쳐보는 일이었어. 


국내외 재벌가 사람들의 인터뷰와 유명한 연예인의 이야기는 

머나먼 세계이자 조금 더 알고 싶은 욕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는 것. 

(맨 뒷장쯤에 있는 별자리 운세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80년대 생은 포함되지 않아서 아쉬웠고)

(19금의 토크인 부부 잠자리 코너는 난해한 전문 용어가 많아서 어려웠던 기억이...)        


즐거웠어. 

그땐 꿈꾸는 모든 것들이 즐거웠어.

‘내가 커서 만약에...’라는 가정이 자주 앞에 따라붙었던 그때의 나.    


이제는 더 클 수 없는 걸까?     

‘내가 늙어서 만약에...’라는 수식이나 붙이지 말아야겠지.     






(c) 2020. GOUNY


작가의 이전글 [너와 나, 항상 같은 동네일 줄 알았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