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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Nov 01. 2020

[엄마는 늘 엄마일 줄 알았어]

젊고 아름다운 우리 엄마에 대해 품었던 착각 

   

지하철이 없는 고향에서 서울을 한번 오고 내린다는 것이 내게는 익숙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늘 그곳이 익숙한 엄마에게는 뭔가 큰 이벤트쯤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


그래서 한 달 전에 차표를 예매하고(마찬가지로 마음 급한 경상도 여성), 

교통카드를 사용해서 지하철 환승에 대해 내게 전활 걸어 연구도 하시지.   

  

어린 시절 내게 엄마란 존재는 그야말로 보호자였어. 

학교 야자가 끝날 시간이면 으레 엄마는 엄마 차를 대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는 늘 상 엄마들을 불렀으니까, 느낌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 


울타리라는 바턴이 내게로 넘어올 거란 상상은 하지도 못했었는데. 

내가 차마 울타리가 될 자질을 기르지도 못한 채 나는 역으로 엄마의 울타리가 되어버렸네.    

   

나는 아직 운전을 하지도 못하는데. 

장롱면허인데. 내 집도 내 차도 없는데. 

그래서 엄마가 서울에 올라오는 날에 멋지게 차를 대놓고 기다리지를 못하는데.

(습관적 눈물 발동)


나는 한때 동경했던 손석희 앵커처럼 멋지게 지각인생을 살았다고 글을 쓰지도 못하겠네. 

어쩌다 어른에 어쩌다 아직 싱글에 어쩌다 아직 뚜벅이.      


힘차게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밟으며 나를 데리고 다니던 그녀. 

그녀에게는 두 개의 허술한 울타리가 생겼고, 3살 조카가 ‘할머니’라는 소리를 던지네.    

  

내일은 그녀가 서울길에 또 한차례 오르는 날. 

그런데 운전을 한다는 남동생이란 사람이 일 때문에 마중을 못 나간다는 소식. 


화가 난다. 슬프다. 그리고 밉다. 

나라는 울타리의 부실함이...   


지켜주고 싶다. 우리 엄마.           





(c)2020. GOU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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