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형태 : 원룸’을 벗어나지 못할 줄 알았어]

객지에서 힘들게 벌어먹고 사는 청년의 착각 

처음으로 내가 살게 된 학교 앞 원룸이 생각나.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살았던 숱한 원룸들... 

객지 생활을 하며 1,2년 단위로 전전했던 원룸들은

화장실 변기 컬러와 싱크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를 뿐. 

구조란 것이 크게 없는 거주형태였지. 

그래도 돌이켜보면 방의 크기가 아주 조금씩 달랐고, 

반지하에서 지상 3층까지 다양하게 살아본 기억이 나.  

    

작은 방 하나에 월세 가격은 왜 그리 쉽고 빠르게 오르는 건지. 

서울에서 살아남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가끔 일이 잘 들어오지 않는 때에는 엉엉 서럽게 울기도 했어. 

재테크란 것은 엄두도 못 냈고, 

쓸 데 없는 낭비와 지출을 줄이며 사는 것이 나의 가계 운영 방식이 되었어.     

나의 프리랜서 커리어는 ‘초반 버티기’라고 표현할 만큼 

여러 기회들을 조금씩 만들어나가는 시기가 참 힘들었던 것 같아. 

요즘 소위 말하는 ‘존버 정신’으로 좋아하는 일을 위해 열정을 불태웠고, 

그러다 나쁜 거래처들이 임금을 체불하며 주지 않은 적도 여러 번. 

넘어지고 울고 일어서고 웃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경험과 경력이 제법 쌓여있더라.

나도 잘 모르겠어. 

가끔 후배들이나 프리랜서를 시작하는 분들이 물어보는데도 잘 모르겠어. 

도대체 내가 어떻게 긴 시간을 버티며 일해 온 것인지에 대해서 설명을 멋지게 해 줄 수가 없어. 

가끔 처절했지만 가끔 보람이 컸고, 지나고 보니까 그 모든 것들이 

인생 공부이자 재산이 되었다는 말 밖에는...     

불규칙한 내 수입과 월세는 늘 스트레스의 씨앗이었고, 

투 룸 전세로 옮겨가는 것이 꽤 큰 나의 크나 큰 목표가 되었다니까. 

원룸을 영영 벗어나지 못할 것만 같단 생각에 밤잠을 못 이룬 적도 있었고, 

퇴근 후 컴컴한 원룸을 들어서는 것이 영 내키지가 않던 날에는 

친구네 집엘 가버린 적도 있을 만큼... 

언제부터인가 원룸이란 단어가 내심 슬프게 다가왔던 것 같아.      

(왜? 원룸이 어때서? 나 좀 이상하긴 했네)

어찌어찌 살다 보니까 몇 년 전 결국 투 룸 전셋집을 얻게 되었어. 

열심히 쌔가 빠지게 벌어서 옮긴 집이었고, 인테리어도 하며 아주 잘 살아보려고 했었는데 말이지...    

 

이게 웬일!

빚을 진 주인집 때문에 건물 전체가 경매로 넘어가게 됐단 통보를 받던 날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현기증이!     

해결이 되었냐고? 아니... 아직...(아악 나의 보증금이여)

그래도 원룸은 용케 탈출했었는데 말이지.     

지금 내가 내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또한 탈출하리라!”

(c)2020. GOU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