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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Nov 01. 2020

[사춘기가 지나면 내 볼이 파래질 줄 알았어]

:부끄러움, 홍조와의 전쟁 


그때 그 순간 나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 

멋대로 가속을 내는 심장도, 내 안의 화도 우울감도 모두 괜찮으니까 

제발 내 두 볼이 빨개지지 않기만을 바랐어.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들킨다면? 상대의 감정에 대해 알게 된다면?

나는 그렇게 내 안의 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말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내 감정. 

붉어지다 급기야 터질 태세를 보이는 양 볼이 말을 해주고 있었지. 한마디로 ‘부끄러움’     


나는 나 스스로를 다그치고 또 다그치기 시작했어. 

그때는 미처 몰랐었지. 다그침이 오히려 붉기의 농도를 높인단 사실을... 

그러니 내 얼굴은 마치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곧 잘 '울그락 불그락'반응을 보였지.


내가 나 스스로에게 다그치는 일을 그만두고 

남이 나에게 주는 시선을 감사 혹은 무심으로 받아들일 때 즈음, 

내 볼은 그 재서야 ‘조금 덜’ 붉어질 수가 있었어. 


하나의 슬픈 사실은 이후로 내 뺨은 파래지지도... 

하얘지지도 않았다는 것.     


화장을 하기 전 매번 붉게 상기되어 있는 내 양 볼을 볼 때마다 

나는 자주 그때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보곤 해.     


‘너는 너 자신이 왜 그렇게 부끄러워야 했을까?’


남 앞에서 쑥스러운 감정, 타고나는 기질인진 모르겠으나, 유난히 그것이 심각했던 너.     


어쩌면 그랬던 것 같아. 

넌 너의 쑥스러움을 인정하기가 싫었던 거야.

알고 보면 자연스럽고 또 알고 보면 사람들은 다 똑같을 텐데.


도무지 넌 너를 인정할 줄을 몰랐던 거겠지.     

놓아주지 않아도 괜찮았던 거였지.

단순하게 인정하면 괜찮아지는 거였지.  


조금 더 빨리 인정했더라면? 네 뺨의 모세혈관들도 조금 덜 확장됐을 텐데...

내 얼굴에 추억의 상흔을 남긴 애증의 너 ‘쑥스러움’

.

.      

그것이 간혹 하트시그널 같은 TV프로그램 러브라인에선 

‘심쿵’이란 언어로 그려지기도 하더라만은.


심쿵도 그렇게 심쿵할 수가 없었지.

남 앞에 서야 한다는 공포와 볼 빨갛던 사춘기의 추억... 

내 머릿속'과격한 심쿵'으로 남아 웃픈 감정을 자아내는구나.




(c)2020. GOU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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