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어도 길길이 뛰지 않기를

by 이고운

길은 늘 그곳에 있었습니다.


다만 너무 소란스럽게 움직이느라 그 길 위에 서 있으면서도 길인 줄 몰랐거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미래의 길을 미리 당겨오려다 지쳐버린 것뿐이었죠.


막다른 골목이라 생각했던 벽이 누군가에게는 잠시 등을 기대고 쉴 수 있는 든든한 등받이가 되어주기도 합니다.그러니 길길이 뛰지 않기로 했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나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고,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멈춰 서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리는 그 고요한 정적 속에서, 비로소 ’내면 나침반‘을 발견하게 되지는 않을까 기대를 걸면서.


결국 가장 선명한 길은 밖이 아니라, 소란을 잠재운 내 마음 안쪽에서부터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낼테니까요.


길길이 뛰지 않습니다. 길이 웃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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