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생각하며 글을 적었다

by 이고운


거창한 문장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마음속에 고여 있던 몇 가지 단어들을 꺼내 볕이 잘 드는 종이 위에 널어두고 싶었던 날이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그의 뒷모습.

무언가를 골똘히 바라보던 그 어깨의 선, 가끔 뒤돌아보며 짓던 무심한 표정들. 그런 것들을 하나씩 적어 내려가다 보니, 종이가 금세 그가 남기고 간 온기로 빽빽해졌다.


글을 마칠 때쯤에서야 알았다.

내가 쓴 것은 그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그를 그리워하며 보낸 나의 시간들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