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가 지금과 쪼오금 달랐던 그 시절의 착각
어릴 적 나는 27살이란 나이가 참 멋진 나이라고 생각했어.
27이란 숫자가 왜 그렇게 좋았는진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거 있잖아...
느낌이 좋은 그런 느낌. 느낌적인 느낌.
고등학교 때는 대학생 오빠들이 멋있어 보였지만,
대학 때는 27살 회사원 오빠들이 참 멋져 보였지 뭐야.
사회진출을 하고 난 뒤 슈트를 차려입고 다니는 사람들,
학생티를 갓 벗은, 마치 투박한 가시를 뚫고 나와 반지르르 윤이 나는
'햇밤' 같은 느낌의 근사한 27살.
그렇게 너무 많은 나이도 적은 나이도 아니라고 여기던 27살을 동경하곤 했던 것 같아.
그리고 난, 그렇게 멋진 27살에 결혼을 하는 것이 막연한 꿈들 중 하나였지.
내게는 어떤 남편이 옆에 있을까?
27살에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을 할까?
신혼집은 넓을까? 아기자기 근사하게 꾸며놨겠지?
20대 후반이 되고 또 20대가 끝난다는 상상?!
세상이 반토막이라도 날 것만 같은 느낌이었 달까...
(시대착오적으로 너무 귀여웠던 나)
그땐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정말 슬픈 노래라고 생각했어.
시간이 흐른 뒤 실제 나이 27살의 난 어땠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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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이루어진다던 2002년 슬로건은 어느 누가 지은 것이니?!)
마침 남친과 헤어졌던 난
어느 쓸쓸한 가을을 보내며 작은 스피커로 노랠 듣고 있었던 기억이 나.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단출한 원룸의 작은 침대에 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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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희가 부릅니다 ‘눈물이 안 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