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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Nov 01. 2020

[내게 다시는 사랑이 오지 않을 줄 알았어]

사랑에 상처 입은, '아직은 청춘'의 착각  


이 글의 제목을 쓰면서 옆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네 모습을 몰래 흘끔 쳐다보게 되네.

정말 예쁘구나. 내 눈엔 정말 잘생기기도 했지만, 예뻐! 진심으로...!!     


나는 종교도 없고 신의 존재도 긴가민가하게 믿는 편이지만,

가끔 내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 사고들을 생각하면

정말 하늘에는 누군가가 계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


그러지 않고서야 지구 반대편에서 먹고 자고 공부하고 놀던...

나와는 단 1의 겹치는 요소가 없는 너를 만나고 또 서로 좋아할 일이 과연 생길 수 있을까?    


누군가를 만난 인연에 대해서 ‘신기하다’라고 가장 많이 내뱉은 기억이 딱 요즘.

그리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장 많이 먹는 것도 요즘이야.


연애에 관심이 없던 너와의 만남은 내게도 공적인 느낌 그 자체였던 것으로 기억해.

한국에 온 지 오래되지 않아서 어휘가 필터링을 거치던 너의 스피치.

엄~ 암~ 하고 말을 끄는 외쿡인스런 느낌은 진심 나의 코칭 욕구를 일깨웠었지.

(활활 타오르는 나의 장인정신)     


나도 살면서 경상도 말이나 할 줄 알았지.

누가 강남에서 외쿡스런 사람들의 발음을 교정할 줄...

상상이나 했겠어.     


내가 원하는 직업을 위해 고쳐온 경상도 말투는

정말로 뼈를 깎는 수준의 훈련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너의 스피치는 금세 유창해지더라.

너의 습득력과 어휘력에 경이로운 매력을 느껴버렸던 것 같아.   

  

너는 반대로 나의 유창한 베이비투 잉글리시에 그만

어이를 상실하며 뿅 가버린 표정이더라.   

(나는 무슨 용기로 네 앞에서 영어를 썼을까)     


나이차는 얼마 나지 않았지만 우리 서로 호칭은 ‘쌤’이었었는데.

어느새 ‘자기’라는 호칭이 ...

(브런치 쓰다가 오글거린 적은 처음)     


사랑이란 단어에 하품 직전의 표정이 나올만한 나이.

겉으로 빛나는 척 솔로 세계를 누비면서도, 사실은 가끔 내심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부인이 난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는데.

‘저분은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하고....     


지금의 나는 혹시 전생에 신라를 구했던 여장군이 아니었을까란 상상을 하며

너에게 오늘도 감사해.    


감히 품어보는 너와의 미래

‘검은 머리가 팥 뿌리가 될 때까지...’

.

.

.

(아 역시 나는 이런 거 오글댄다)






(c)2020. GOU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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