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최고야!"

무조건이라는 의미가 건네는 힘에 대해서

by 이고운

잊지 마 넌 흐린 어둠 사이

왼손으로 그린 별 하나

보이니 그 유일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야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의 가수 아이유. 목소리에 섞여 향기를 더하는 공기의 느낌이 참 좋다. 그녀의 노래 가사들도 맘에 든다. 특히 얼마 전 신곡의 가사는 나 스스로에게도 해주고픈 말이라서 그런 걸까. 귀를 타고 들어 온 가사가 가슴속 한편에 앉더니, 아주 아주 한참 동안 일어날 줄을 몰라한다.





세상에 태어나 숨을 쉬고 있는 우리 모두는 저마다 하나의 예술 작품이 아닐까? 함부로 누군가에게 평가받을 수 없는 그런 소중한 존재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와 우리,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늘 긍정적인 생각만을 가질 순 없는 법. 특히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서 유독 대우가 박했던 편이다. 유행가를 좋아하면서도 한 때 유행에 유행을 거듭했던 투에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 노래를 입에 담지 못했던 이유는 부르다가 그만 '피식'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좀 잘 나가는 느낌의 목소리로 그 노랠 부르지 못하니까.


그때나 요즘이나 '요즘 아이'들은 종종 부럽다. 자신감 넘치는 요즘 아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자신감 없기로는 항상 1등이던 내가 남들의 자신감을 충전해주는 직업을 영위하고 있다니. 간혹 엔터테인먼트에 수업을 가고 있다는 사실이 과거의 어린 내가 가장 놀랄만한 부분일 것이다.


"쌤이 한번 보여주심 안될까요?"


간혹 아이돌 연습생이나 신인들은 내게 가혹한 부탁을 할 때가 있다. 음악중심이나 뮤직뱅크 오프닝 멘트 연습을 하다가 나한테 연기해보기를 주문하는 것. 그러면 나는 쌤이니까 당연히 한 번쯤 보여준다. 내가 가진 모든 발랄함을 영혼까지 끌어모아서(ㅎㅎ).


물론 아직 변화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내가 이렇게까지 달라진 걸 보면 사람은 정말로 예술 작품이 맞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 그리고 혁신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살아있는 작품 같단 생각이 든다. 변화의 과정이 고통스럽고 힘겹지만 그래서 더욱 찬란한 빛이 깃드는 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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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디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사실 잘 나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누가 말해줬는진 기억이 난다. 분명히 "니가 최고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낯설었고 가장 좋았다. 국영수 말고 예체능만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지 않던 아버지가 어느 날 갑분 "내 딸이 최고야!"라고 말해주셨을 때, 무심코 면접에 대해서 몇 마디 알려줬는데 삼성에 취업을 하던 남사친의 "너 진짜 최고다!"란 멘트를 들었을 때,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싶어서 싸간 내 도시락에 "대~박, 최고다!"라고 감탄하던 친구, 출연자가 펑크를 낸 30분 동안 장기자랑, 퀴즈로 시간을 때워 "역시 MC님 최고!"라는 말을 들었던 때에도....


살면서 들은 '니가 최고야'라는 모든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그려주었다. 아마도 이것이 커뮤니케이션 책에서 말하는 '칭찬'의 힘일 것이다. 그 시절 그 고래도 춤추게 했다는 칭찬.


물론 객관적인 기준에서 볼 때 나 스스로 최고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최고'라는 멘트를 듣는 맛이 나쁘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힘이 나는 걸 느꼈다. 그러니까 그 무조건적인 지지의 결이 마약같이 자꾸만 느끼고 싶어 졌다.


남들이 들려주는 '최고'도 좋았지만, 내가 나 스스로에게 건네기 시작한 '최고'란 말은 나를 변화시킨 가장 큰 힘이었다. 내가 나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힘이 없었더라면, 나는 또 얼마나 불행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까? 물질적인 것들을 떠나 내면이 충만하지 못한 경우는 누구에게도 이로운 것이 아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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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남들에게 보다 스스로에게 유독 박한 사람이 눈 앞에 있다면, 그런 구멍 뚫린 자아로 인해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면 가장 쉬운 한마디를 외우게 하고 싶어 진다.


"무조건 니가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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