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질은? ‘어제의 나’랑 하는 거야!

타인과 나의 비교는 이제 그만

by 이고운

요즘 넷플릭스에서 한창 꽂혀있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셀링선셋이라는 제목의 리얼리티 장르인데, 미국 베버리힐스 부동산의 중개인들이 펼치는 에피소드가 드라마 이상의 흥미진진함으로 몰입을 이끈다. 할리우드 연예인들이나 살법한 초호화 저택을 화장실, 침실, 주방 할 것 없이 속속들이 구경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얻는다. 물론 격한 부러움이 덤으로 딸려와 내 현실을 가늠하게 되는 것이 함정.

나는 이렇게 흥미로운 리얼리티 장르를 시청하면서 종종 주관적인 감상 포인트에 관찰의 깃발을 꽂는다. 에피소드 중간중간 드러나는 등장인물의 성격, 관계 능력, 문화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 등을 살피는 성미가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넷플릭스 : 셀링선셋



셀링선셋이라는 프로그램 이야기를 꺼낸 김에 등장인물 이야기를 조금 더하자면, 이 부동산의 중개인은 대개 화려한 외모의 여성들이다. 사실 그래서 감상 초반에는 조금 오해를 하기도 했다. 막장과 허세가 가득한 안주거리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내 내가 눈여겨보기 시작한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이 여성들의 꽉 채운 메이크업과 더불어 빈틈없이 꽉 차있는 자신감. 무엇보다도 어떤 난관 속에서도 “괜찮아요!”라는 표현과 함께 눈썹과 입꼬리, 그리고 어깨를 한껏 올려 보이는 유쾌함은 여성으로서 정말 닮고 싶은 부분이기도 했다.


자신감은 사실 지나치면 자만과 오만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 감정이다. 자칫 인간관계상의 비호감으로 작용하기도 하기에, 우리가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은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자신감의 표출. 또한 자신감이 자못 상대방에 대한 우월감으로 비칠 때를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셀링선셋 여성들의 자신감에 관한 이야기를 더하자면, 그녀들의 자신감 속에는 ‘노력을 근거로 삼는 합당한 자기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이 커다란 매력으로 작용한다.


흙수저로서의 고생을 딛고 일어나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거듭난 크리쉘, 무수한 노력 끝에 가장 많은 성과를 보여준 메리, 종종 트러블 메이커가 되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 만큼은 핫한 딜을 이끄는 크리스틴, 차가운 외양이지만 감정을 절제하면서 발휘하는 카리스마가 특유의 강점인 다비나, 이혼을 딛고 더욱 단단해진 감각녀 아만자 등 그녀들의 개성만큼이나 격한 에피소드에 울고 웃으면서도 합당한 자신감을 엿보는 일은 커다란 유익함이다.



넷플릭스 : 셀링선셋
지나친 자신감은 경계해야 하지만, 합당한 자기 신뢰는 자아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원동력이다. 자유스런 기분으로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뻗으면 얼마든지 뻗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길을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자신만이 자신의 발전을 막을 뿐이다. 불안정하고 변화가 빠른 이 시대에서, 가장 유익하고 견고한 것은 자신의 노력과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신뢰에 있는 것이다. -로렌스 굴드

이토록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했던 이유는, 나 스스로가 한동안 애용하던 양팔저울 때문이다. 양팔저울 한쪽에는 항상 나만의 누군가를 올려놓았다. 그 누군가는 자주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어김없이 내가 올라탔다. 그러면 기울기는 항상 내가 아닌 반대쪽으로 기울곤 했다. 정말이지 고약한 양팔저울인 건데, 살면서 이 저울질을 얼마나 많이 했었던 건지 셀 수가 없다.

앞의 이야기가 암시하듯 나는 물리적인 몸무게를 비교한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나의 가치에 대한 무게를 재고 있었던 것. 물론 표현하지 않는 이상 상대방은 나의 저울질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상대방은 자신보다도 나의 가치가 더 무겁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이나 어리석은 저울질을 반복하며 쓸 데 없이 내 자신감을 넘어뜨리곤 했다. 그로 인해 많은 일들의 진행과 성과에 사뭇 브레이크가 걸리기도 했다.

셀링선셋의 그녀들도 분명 저마다 양팔저울을 가지고 있다. 사람으로서의 부족함이나 질투심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지만 주로 타인이 아닌, 나의 어제와의 무게를 비교하는 그들의 태도가 멋짐으로 다가온다. ‘나는 노력해왔고,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스스로 비교해야 할 무게가 남이 아닌 나의 가치로 향하고 있다는 것. 오롯이 나의 가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 셀링선셋 프로그램의 매력 포인트이다.


한 번씩은 양팔 저울에 올라타도 괜찮다. 한쪽에는 내가 재고 싶은 과거의 어느 나를 앉혀놓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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