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부하기 너무 힘들지?"

-존중 받고 싶었던 그 때 그 시절

by 이고운

고등학교 시절 나는 교복을 입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게 슬펐다. 싫은 것도 무서운 것도 아니라, 한마디로 슬펐다.


'왜? 내 교복이 어때서?'

'예쁘기만 하구만!'


우리 학교 교복은 지역 내에서 디자인이 가장 세련됐단 평가를 받는 교복이었다. 그 예쁜 교복을 입고서도 내가 슬퍼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고등학교 비평준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여고에 다니면 최우수, **여고는 우수, **고는 중간치기, **고는 하빨(당시 동네 으른들 표현)... 학교 이름에 따라서 마치 신분이 나뉘는 기분이었다. 우릴 그렇게 평가해대던 사람들은 다름 아닌 지역 어른들. 간혹 명문고에 다니는 또래 아이들도 은근하게 디스 하는 듯한 멘트를 날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어른들이 더했던 것 같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부터 그렇게 등급이 나뉜 채로 공부를 해야 했으니. 내겐 너무도 요상한 교육 제도가 가뜩이나 낮은 내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었다. 야금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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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친구와 학원 앞에 있는 떡볶이집엘 들렀다. 가게 위치가 유명 학원가였기 때문에 그날도 떡볶이 집은 다양한 교복 차림의 학생들로 바글댔다. 그리고 학교를 마친 명문고 아이들이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잠시 후 주인아주머니가 들고 온 두 개의 요구르트는 평생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한 장면이 되어버렸고 말이다.


"아이고오~~ 오늘도 어려운 공부 하느라 수고가 많았네!"

"요거는 공부 잘하는 애들한테 주는 서비스! (호홍)"


이것은 실화? 아주머니가 어쩜 그리도 대놓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시던지!

우리 테이블엔 요구르트가 오지 않았다.

(그때 100원~300원 사이쯤 하던 플라스틱 병에 든 요구르트. 분명 얘는 단맛인데, 아직도 나에겐 너무도 씁쓸한 것.)


떡볶이 맛은 백점 만점인 집이었는데, 서비스는 완벽히 빵점인 곳이었다. 그런 차별을 받고 나서도 내가 그 집에 계속 갈리는 없었다. 물론, 맛있는 떡볶이가 아쉬웠지만.


비단 학교 밖 사회에서만 이런 차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학교 안에는 '특설반'이라는 모범생 반이 따로 있었는데, 그 반에 들지 못하면 학교 선생님들도 밖에서 보는 사람들과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색안경을 끼고 함부로 말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


"니네! 특설반 애들 야자 태도 좀 본받아라! 맨~날 이모양이니까 욕을 벌지!"

(...)


내가 느끼던 그때 그 작은 지역 사회의 캐치프레이즈는 진심으로 '행복은 성적순'이었다. 개성과 다양성의 존중, 세대 간의 존중 이런 구석을 찾아보기가 힘든 시절이었다. 더욱 화가 나는 건 그 문화에 순응하며 쭈글이로 살았던 그 당시 나 자신이다. 뭐든지 중간치기이던 애매한 등급의 나는 대항할 힘이 없었다. 딱히 반항을 한다거나 화를 내본다거나 그럴 의지도 없었던 것 같다. 소위 '하빨'까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적 1등급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집안에서나 밖에서나 별로인 취급을 받았던 나. 마음속에 슬픔이 팔 할이던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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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하러 중. 고등학교에 가는 경우가 있다. 10대 중. 후반의 친구들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봐주기도 하지만, 유난히 내 눈에 띄는 건 한쪽 구석에서 딴짓을 하거나 아이들과 거리를 둔 채 나에게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 혹은 생기 없는 눈빛으로 말없이 나를 보고 있는 아이.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어떤 남모를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혹시라도 어른이나 또래에게 말로써 상처를 받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더 열심히 수업을 하게 된다. 친구에게 아파트 브랜드, 부모님 직업, 용돈 액수 등등 이런 걸 묻는 질문은 좋아하는 아이돌 연예인을 물어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질문이라고. 질문 하나가 나의 가치관과 인성을 드러낸다면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겠냐고.


그나저나 궁금해진다. 요즘도 고등학교 비평준화 지역이 있겠지?

그리고 그곳의 어른들은 사복 입은 학생에게 대뜸 퉁명스럽게 묻지 말았으면 좋겠다.


"너는 어느 학교냐?"


사실 나는 이렇게 물어주는 어른이 주변에 있었으면 했다.


"요즘 공부하기 너무 힘들지?"






p.s ) 내가 대학에 온 뒤로 우리 동네는 '고교 평준화'가 되었다고 했다. 내심 좀 많이 억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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