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잖아!"

때론 힘내라는 말보다 강력한 힘의 한마디

by 이고운

필드를 불문하고 프리랜서는 자주 지친다.

특히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프리랜서는 더욱 그러하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걸까?'

'나 이러다가 굶어 죽는 거 아녀?'

'남들은 잘만 하는 것 같은데...'


오만 가지 생각에 휩싸이기 시작하면 어느새 자신감이 바닥을 찍곤 했었다.

지금도 가끔은 그렇지만 프린이 시절은 더욱이 처절한 상상력이 활발했던 시기다.


힘들 때마다 잘 된 누군가를 찾아가는 것은 내 하나의 탈출구였다.

그 누구라는 사람들은 대개 나보다 나이가 많으며, 프리랜서를 이해하는 프리랜서이며,

그리고 작은 나를 만나줄 만큼의 아량이 남은 분들이었다.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는 메이저 방송사 아나운서 선배도 있었고,

책을 무려 300권 가까이 낸 작가님도 있었고,

1년에 40억을 버는 또래 사업가도 있었다.

모두가 그때의 나완 너무 차원이 다른 사람들이었다.


누군가의 소개가 아닌, 일면식도 없던 나를 만나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그때도 조금 이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더 이상하니까

애써 이유를 탐구하지는 말아야겠다.


아니다.

담에 언젠가 쑥스럽지만 한분 한분 여쭈어야겠다.

내 어떠한 면이 만나주고 싶은 일말의 여지를 만든 것이었냐고...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내 주변 쪼꼬미들에게 조언을 보태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여하튼 생각해보면, 요즘 종종 나를 찾는 후배나 친구들이 그때 내 심정을 가진 것도 같다.

무언가의 전환점과 시작 앞에서 또렷한 필살기가 없는 사람들.

하고 싶은 욕구와 열정을 능력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힘드니까 갑자기 다 하기 싫어진 사람들.


그래서 내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냥 만나주는 일이다.






얼마 전에 만나 뵌 나의 선배 한분은 굉장히 '쎈캐(릭터)'를 가지고 계시는 분인데,

나더러 단도직입적으로다가 그러신다.


"도움 안 되는 친구, 징징대는 동생들한테 자꾸 커피 사주고 시간 내주지 마세요!"


나도 마음을 냉정하게 먹으면서 그래야 하는 게 맞나 싶었다.

코로나 시국 덕분에 내 코가 석자인 요즘. 내가 뭘 가진 게 있다고 애들이 찾아오나 싶고

나도 힘든 게 사실인데, 친절 가면을 쓰고 애써 감정 봉사를 하는 느낌일 때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또 아니다.


'내가 뭐라고 찾아오나?' 싶은 감사함,

'나도 그랬었는데!'라는 깊은 공감.


천사와 악마까지는 아니지만

여하튼 요즘 내 안에는 프리랜서 후배들을 대하는 두 가지의 감정이 존재한다.


애증의 프리랜서 생활을 10년 이상 하면서 너무도 지긋지긋했던 힘듦의 추억들이 있기에

가끔은 프리랜서인지 뭔지를 훌훌 벗어던지고 시골로 귀향할까 프리스러운 생각도 해보고,

그러다가도 '여기까지 온 게 어디야!' 쌓은 경력들과 성과가 못 내 아쉬워 열심의 다짐을 한다.


가끔은 어쩔 수 없이 여자 동물인지라 감정이 널을 뛰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또 찾아가는 프리한 여성 누군가가 있다.


그 누군가라는 여성은 나보다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다.

프리랜서를 능가하는 스케일의 사업가이다.

중요한 건 내가 아이같이 징징거려도 만나주는, 마찬가지로 아량이 넓은 사람이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안 해도 돼!"

이 한마디를 참 잘해주는 것이 매력이자 특징이다.


나는 아무래도 전생에 청개구리였음이 틀림없다.

'하지 마'라는 소리를 들으면 은근한 편안함이 감돌면서 일을 곧 잘하게 된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런 말을 내게 던질 수 있다는 자체가 고수라는 방증.


그리고 그녀는 이 한마디 또한 잘해준다.

"괜찮아. 너한텐 내가 있잖아!"


사람 성향을 꿰뚫어 보는 힘, 그리고 그에 맞게 한마디를 던져주는 재주.

그녀는 나를 꼭 아는 것만 같다. 청개구리인 나를, 혼자서는 외로운 나를...


그거 꼭 안 해도 세상에 할 일은 많다고. 조금 쉬었다 가도 된다고.

그리고 너한텐 든든한 내가 있으니 언제든지 힘내라며 묘약을 건넨다.


요즘 후배들과의 만남이 부쩍 잦아지는 가운데,

이런 그녀가 나에게 참 많은 힌트가 되어 준다.


'나는 또 달리 힘든 이들에게 어떤 한마디를 해주면 좋을까?'


언제부터일까, 밑도 끝도 없이 무작정 '힘내'라는 두 글자를 쓰는 게 성의 없는 어휘로 느껴졌다.

스스로 딱히 해줄 말은 없고 형식적으로 건네는 말로나 들릴까 봐서 그렇다.


며칠 뒤 상담 요청을 한 친구는 나와 조금 닮은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사람이 참 갬성적이므로 말을 길고 부드럽게 건네야겠다.

그리고 마치 러닝메이트처럼 '함께'라는 기분을 주고 싶어 진다.


"J야, 네가 하기 어려운 일은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마 너의 다재다능함과 도전적인 부분이 또 다른 기회를 몰고 올 거니까."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더 버티자!"


"너한텐 내가 있잖아?!"

사람은 함께일 때 힘을 얻는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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