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못나서 그런 게 아냐"
상대적 박탈감에 휩싸인 내게 도움닫기 한마디
"거 참, 암흑의 신조어가 또 등장했네!"
뉴스를 보고 있는 내 시선 앞에 달갑지 않은 단어가 유독 눈에 띈다. '코로나19세대'라는 신조어다. 트렌드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등장하는 신조어들은 간혹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정말이지 이런 힘듦의 용어는 더 이상 보고 싶지가 않다. 사회적 상황으로 말미암아 취업 연애 결혼 내집마련 등등을 포기한다던 'N포세대'가 등장하던 시점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코로나19 시국의 여파로 취업이 어려워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일하는 프리랜서와 직장인들 마저도 갖은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요즘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의 열정 지수는 제풀에 꺾인 경우가 많지 않았다. 나 스스로는 잘해보고 싶어서 늘 안달이었지만, 무언가 상황과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심각한 시국의 상황 속에서도 잘 나가는 사람들은 꼭 있다는 것이 함정으로 느껴진다. 나는 한동안 장판을 어루만지며 깜깜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을 느꼈건만, 인스타그램에 #일스타그램 해시태그를 매일 화려하게 붙여대는 그들은 무슨 능력이 그리도 좋은 걸까.
잘 버텨오던 내 가슴에 어처구니없게도 SNS가 불을 질렀다. 상대적 박탈감이 스물스물 기어오르던 작년 어느 날, 나는 단골 수다 친구 Y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이제 인스타그램 탈퇴할까?" 대뜸 SNS를 폭파시키겠다는 화끈한 나에게 친구는 "워~워~"소리와 함께 이내 내 마음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었다.
(나) "나 자꾸만 남들 SNS를 구경하는 일이 습관처럼 돼버렸어. 그런데 문제는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자꾸만 자책을 하게 돼."
"나는 왜 이만큼 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무얼 했던 걸까 이런 생각들 말이야."
(Y) "그렇다고 10년 동안 쌓았던 너의 추억을 한 번에 날려버리냐? 너무 아까워!"
"원래 SNS란 그런 곳이잖아. 상대적 박탈감이 아주 제대로 만들어지는 무서운 곳이지."
"다들 행복하고 잘 된 순간만 올리니까!"
"아마 네 피드를 보다가 열폭한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걸?" (웃음)
(나) "사실은 나도 알아. 알면서도 이게 참... 눈에 보이는 대로 심리가 업다운을 반복하는 거 있지~"
"가끔은 특정인뿐만 아니라 다들 잘 사는데, 나만 못났다는 생각까지도 들어서 문제야."
(Y) "네가 못나서 그런 게 아니야."
"요즘 누구나 그래."
"이 시국에 이 추위에 네 마음이 덩달아 위축된 것 같아."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SNS는 잠시 쉬자고. 지금 할 일에나 충실해보자!"
친구의 조언에 따라 나는 한동안 SNS를 쉬게 되었다. 아예 스마트폰에서 앱을 지워버릴까 하다가 그것까진 '워워'(ㅎㅎ). 어쨌거나 이 간단한 행위를 통해 나는 무척이나 가뿐해졌다. 어쩌면 스마트폰 중독에 인스타 중독까지 걸려있었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유 시간이 많아진 느낌마저 들었다.
봄기운이 찾아들고, 코로나 확진자수가 조금씩 줄어들자 다행스럽게도 다시 일을 제의받는 건이 늘었다. 내 영혼은 분명 코로나에 휘둘리고 있음이 확실했다. 친구가 건넨 "네가 못나서 그런 게 아니야." 이 말 한마디가 내 자존감을 지탱해주었고 말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니, 스물넷의 나와 친구 Y의 대화가 꼭 요즘을 닮아있었다. 언론사와 미디어 회사에 면접 인터뷰 릴레이를 다니면서 잇단 고배를 마시던 그날들, 다른 친구 싸이월드를 구경하며 부러움에 져버린 그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나는 대학 친구인 Y와 늘 함께였다는 것이 내심 소중하게 여겨진다. 내 마음에 쏙 들어오도록 위로를 참 잘해주는 이 친구, 그때도 Y는 나의 장점을 참 잘 봐주던 친구였다.
"네가 행색이 나쁘길 하니, 그렇다고 준비가 안됐길 하니."
"내가 볼 때 너는 최선을 다 하고 있어. 네가 못나서 떨어진 게 아니라, 그냥 때가 아닌 거야!"
점이나 타로를 보러 가는 친구들이 이런 심정일까? 그저 잘 풀리지 않으니 '지금은 때가 아니다'는 안도 한마디를 듣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 실력이나 외모나 경제력 등을 탓하려면 끝이 없겠지만, 그런 말들을 접어두고서 그저 묵묵히 정진할 수 있도록 누군가 격려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어찌 됐건 내게는 너무 커다란 효염이 있었던 말, '너는 못나지 않았다'는 Y의 말 한마디가 그 때나 지금이나 왠지 모를 안정감을 심어줬다.
그런데 이건 또 웬일? 하늘도 참 무심하지!
다음 주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 연장이 예고되면서 또다시 상념에 빠져드는 시점이다. 다시 한번 활개를 쳐 보려던 내 날개가 주춤하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내 가슴속 엔진이 지난 겨울만큼 빌빌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쓸 데 없는 생각에 속지 않을 거니까. SNS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거니까. 생각만큼 못난이가 아니니까.
"우리 또 다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