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엄지 척)!
긴 말이 필요 없는 베스트 칭찬 한마디
모든 사람은 '내가 잘한 일을 알아주세요'라고 가슴 앞에 커다란 푯말을 달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중에서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과정, 고전 끝에 성취해낸 결과를 비밀처럼 간직하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심리학에서 종종 이야기하듯이 사람에겐 자아실현의 욕구와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정받고 싶은 우리의 내적 갈증은 어떠한 방식을 통해 해소될 수 있을까? 아마도 타인의 칭찬 한마디를 듣는 일이 최종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반드시 매개 수단인 언어, 비언어를 통해서 말이다.
어찌 보면 칭찬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참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자칫 어설픈 칭찬은 주고 나서도 뭔가 아쉽고, 받고 나서도 진심을 의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일까.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칭찬을 받고 나서 어떤 리액션을 취해야 할지에 대해서 망설이곤 한다. 또한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남을 칭찬하는 일에 있어서도 어색함을 느낀다. 그래서 자주 자주 칭찬이란 모호함을 구체적인 방법들로써 깨우치고 체득해야 할 것도 같다.
당신이 기억하는 '인생 칭찬'은 무엇인가요?
얼마 전 코로나 시국 탓에 비대면으로 행사를 진행하게 됐던 날. 쪽대본이 정말로 행사 직전에 나오는 긴박함 속에서도 그간 쌓인 행사의 교육효과 덕분인 건지, 용케도 애드리브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심지어 웃으며 농담까지 하는 나를 발견하고서 스스로 '너 마이 컸다잉' 하며 내심 칭찬을 던져주었고 말이다.
어느덧 클로징 멘트까지 마치고 나서 "수고하셨습니다~!" 스텝들께 인사를 외치는 찰나, 주최 측 대표님께서 내게 엄지 척과 함께 "역시~~ 이선생님이십니다!!!"라며 칭찬을 해주셨다. 참 그 한마디가 무엇이기에 내 안구에는 습기가 가득 찼던 것일까. 본래 조금 눈물이 많기도 하지만, '역시~'라는 한마디가 내게는 조금 특별한 의미로써 다가왔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국영수 과목을 백점 맞는 일 보다 다양한 예체능적 창작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나. 공무원이 많은 보수적인 집안에서는 그런 나를 좀처럼 모범생으로 바라봐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칭찬받는 일상이 드물었고, 그만큼 스스로의 진가를 증명해 보이려는 투지가 만랩을 찍곤 했다.
'두고 봐라. 나도 괜찮은 애라는 걸 반드시 알게 될 거야!'
일종의 독기가 쌓인 그 시절, 나의 목표는 그저 인정받는 일. 왜 그렇게 인정 하나에 목을 매면서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 어쨌든 간에 나의 '인정'을 향한 맹목적인 목표는 결국 달성되었을까? 천만다행스럽게도 OK!
나를 증명하게 된 첫 시발점은 대학 진학이었다. 어쩌다 재수를 하며 집에서 혼자 공부하던 스무 살. 대학 수시모집 적성 시험을 치르고서 입학 티켓을 얻어낸 어느 날. 나를 줄곳 밉상처럼 표현했던 아버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다. 내가 대학엔 갈 수 있을까 속으로는 내심 걱정을 하신 모양이다. 그리고 나서 한마디를 던지셨다.
"역시, 내 딸이야!"
그 한마디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전과 태도가 확 바뀐 아버지를 바라보며 허무함이 짙게 감돌았다. 정말 단순하게 공부 하나만으로 동생이나 다른 아이들과 차별을 받았던 시절이다. 그렇다고 해서 영 공부를 못했던 것도 아니었던 까닭에 투지만큼이나 억울함이 컸고 말이다.
'역시~'라는 인정의 한마디를 듣고나서야 가슴속 응어리가 풀리기 시작한 나. 교과서에 나오는 '동전 한 닢' 소설처럼 맹목적으로 인정 하나에 목 맨 어린날이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후로 대학 성적 장학금을 받거나, 방송기자로 취업을 했을 때도 아버지는 늘 "역시 내 딸이야!"를 기분 좋게 외쳐주셨는데, 신기하게도 그 감흥의 정도가 대학 입학하던 순간을 따라가지 못했다. 아마도 십대의 인정 욕구가 그토록이나 간절했었나 보다.
그래서 요즘 간간히 '역시~'라는 한마디를 듣고 나면, 으레 치기 가득한 그날들이 떠올라서 웃는다. 인정받고 싶어 했던 날들과 인정받던 순간, 결국 알게 된 하나의 사실이 머릿속을 스친다. 두 음절 소리 안에 짙게 담겨있던 그의 마음. 아버지는 사실 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단 사실을...
나도 지금은 누군가를 칭찬하고 싶을 때 '역시~'라며 종종 외치곤 한다. 신기하게도 이 짧은 말속에 내 마음을 꼭꼭 눌러 담을 수 있어서 참 좋다.
평소 당신을 뜨겁게 응원하고 있음을,
그만큼이나 당신을 인정하며 어여삐 여기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