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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운 May 26. 2020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하는 세상

우리 오빠들은 왜 눈곱을 떼기 전에 아침 방송을 하는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어린 왕자 中)









"기다리지만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일"




어느 날 길을 걷다가 꽃집 앞에 대빵만 하게 쓰인  '5월은 가정의 달' 문구를 바라보았다.  문득 내가 꼬꼬마이던 시절, 온 가족이 다 함께 앉아서 TV를 시청하던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뼛속까지 경상도 가정의 우리 네 명을 오글거리지 않게 잘도 모아주던 '한 지붕 세 가족',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런 것들이 생각나면서 그리움 한 스푼을 머금어보았다.



이제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본방사수를 굳이 커다란 거실 TV로 하지 않아도 되니까.  지하철 안에서나 방구석에 누워 OTT 플랫폼으로 봐도 되는 거니까. "아~~ 벌써 광고 끝났나! 첫 장면 놓쳐빼따! 우야노~~" 길바닥에 오백 원쯤 흘린 상실감에 빠질 일도 없는 거니까. 나이 60대의 엄마 조차 "TV보다 유튜브가 더 잼난 게 많더라~" 카는 '내 손 안의 스크린' 시대가 다가왔으니까.




온 가족이 모이던 그 시절 거실의 단상, 응답하라 1988 중에서...




그러니까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사과를 깎아먹으며 오매불망 저녁 8시, 4회 차 드라마를 기다리는 장면은,  오빠로 하여금 매번 리모컨 권력에서 밀려나 이를 뿌드득 가는 장면은...  요즘 다수에게는 골동품 상자 속에서나 꺼내어 볼 법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인터넷 기반 방송은 과거 정통 미디어의 재활용에서 벗어나 점차 독자적인 색채를  띠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거물로 성장했다.







또한 이동통신서비스와 스마트폰의 발달의 가세로 인해  ‘1인 미디어’라는 새로운 미디어 콘텐츠의 문화를 꽃이 피었으며, 이로 인해 정통 TV 방송은 1인 미디어의 발달 기세에 밀려 지속적인 꺾임 선을 보이는 중이다.


기다려지기는 하지만 더 이상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일.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일.

학원 때문에 '뮤직뱅크' 본방사수는 못하더라도 우리 오빠들은 언제 어디서나 무한 재생으로 만나볼 수 있는 거니까...




"순간 빠져들고, 찰나에 머무르는 일"



1인 미디어의 발달, 그중에서도 먹방과 소통 방송의 성장은 MBC TV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그의 크기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첫출발은 '소수의 전유물'쯤이었으나 1인 미디어 인터넷 방송이 더 이상 소수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문화임을 증명해 준 지상파 방송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1인 미디어 방송 진행에 익숙하지 않은 정통 방송인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그것이 곧 프로그램의 즐길 포인트로 통하기도 했다.  


순간을 함께하며 찰나에 머무르곤 이내 사라져 버리는 수많은 사용자들 속에서 어떻게든 비위를 맞추기 위해 혹은 몰입을 자아내기 위해 애쓰는 BJ의 모습은 정통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던 날것의 열정, 그 이상을 느끼게도 만든다.


1인 미디어 사용자들은 선택을 위해 긴 고민을 가지지 않는다. '짤', '스킵'에 익숙한 세대는 지루함을 감지하는 민감한 센스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쿨한 손가락을 지녔다. 자연스럽게 초두에 승부를 거는 진행자들의 노하우가 생겨나고, 전체 러닝타임으로 10분도 길다는 분위기. 비슷한 듯 너무나 다른 DNA가 아닐 수 없다.







무척 대중적이지만 아직도 다수에게는 생소한 미디어인 까닦에 요즘 많은 곳에서 ‘온라인 미디어 전문인력 양성’ ,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양성’ 등의 제작을 교육하기도 한다. 배워가면서까지 제작에 뛰어드는 1인 미디어의 매력은 무엇일까. 다이아보다 다이아 버튼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진 까닭은 무엇일까. 물론 잘하면 큰돈이 되는 일이기도 하지만, 자아의 표현, 관심사의 공유, 더 넓은 세계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등의 요즘 사람들의 욕구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어떻게 하면 나의 콘텐츠에 순간적으로 빠져들게 만들 수 있을까?', '호기심에 들어온 사람들의 발길은 어떻게 찰나에 붙잡을 수 있을까?'


시청자에 머무르지 않고서 동시에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는 비율이 크게 늘어가는 요즘. 1인 미디어의 인기는 앞으로도 무한 고공행진을 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우리 오빠들이 나를 위해 하는 일"



연예기획사로부터 1인 미디어 활동 제한을 받는 대부분의 한국 아이돌 그룹 및 연습생과는 달리, 데뷔 이전부터 팬들과의 자율적인 소통 행보를 보임으로써 세계적인 팬덤 확장을 달성한 특수성. 그 특수성이 주목할만한 탐구적 의의를 지니는 까닭에 여러 석. 박사들의 논문에 등장하는 아이돌 그룹. 바로 'BTS', 방탄소년단이다.


'아미'로 불리는 글로벌 팬덤과의 꾸준한 소통은 놀라운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트위터 팔로워 기네스북 세계기록과 소셜 50 차트 1위에 올랐으며 2017, 2018년 2년 연속으로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는 등의 쾌거를 달성한 데 이어 이들의 영향력은 단순히 문화 외교력으로 정량할 수 없는 글로벌 파워를 과시 중이다.


이토록 위대한 오빠들이 유튜브와 VLIVE의 소통 상에서 '우리들을 위해 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별 것 아니라고 하기엔 넘나 별것인 것'으로 여겨진다.


방송이나 공연 접점을 통해 범접할 수 없는 퍼포먼스, 우월한 외형을 보는 것에 대해 가장 큰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던 아이돌 팬덤의 시대가 있었다. 이제는 시대가 변하듯 공중과 팬덤의 욕구와 성향 또한 확연히 변화한 것을 엿볼 수가 있다. 스타의 신비주의 이미지에 열광하던 1세대 아이돌 시대와 달리 나와 다름없는 음식을 먹고,  편안한 티셔츠 차림, 노메이크업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친근한 스타에게서 팬들의 충성도는 더욱 깊어진다. 이러한 소통의 효용성이 입증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신인 아이돌의 마케팅, 팬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이변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오프라인의 현실 속에서의 인간관계는 주로 오랜 시간 동안 상호 간의 경험을 공유하며 신뢰를 쌓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를 쌓는 것을 토대로 하여 인간관계를 단단하게 굳히게 된다. 반면 1인 미디어는 실제 현실에서의 만남과 비교할 경우, 상대적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시간이 절대적인 조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이러한 매력을 지닌 까닭에 요즘 아이돌에게 있어 1인 미디어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관계의 통로'가 되어준다.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만나는 아이돌 오빠들은 단순히 먹기만 하거나 거실과 방안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는다.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고, 공간을 비추면서도 채팅창을 응시한다. 팬들의 반응에 따라 과한 리액션 혹은 공감의 리액션을 해주기도 하고, 부족한 듯 허당끼를 발산하는 이 느낌이 오랜 친구 못지않게 뜨겁고 친근하기에 처음 방송을 본 사람들도 점점 빠져듦을 느낀다.  




이렇게 잘생긴 오빠가 소탈하기까지! 아이돌의 스트리밍 방송은 그들이 얼마나 매력부자인가를 깨닫게 만든다




사실 서로 각자의 일상에서는 별 것 아닌 스스로의 행위들이 상호 교환을 통해 '함께'의 의미로 격상하는 현상. 소통이 곧 매력이자 콘텐츠로써 작용하는 1인 미디어의 세계.


'오늘 밤 10시에 찾아온다는 우리 오빠는 또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고 있을까?'

내 손 안의 소통이 불러일으키는 기다림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끈끈하다.


70년 전 탄생한 어린 왕자가 가장 어렵다고 말하던,  그러나 아직도 여전히 어려운 일. 마음을 머물게 하는 일.

굳이 1인 미디어를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사냥하는 일은 우리 일생일대의 과업인 것이다.


지금, 여러분이 머물게 하고픈 그 사람의 마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소통과 긴밀한 일들을 하고 있지만,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듯 저 역시 헤매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오늘 회차의 글에서는 당연히 어린 왕자의 명대사를 끌어올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까닭은 '소통', '진심', '순수'가치이야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어른이지만 가끔 스스로 어른답지 못하다고 느끼는 때는 이러한 키워드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못할 때.

요즘 문득 뉴미디어와 소통 문화를 관찰하면서 우리가 가진 본래 인간성이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감지하곤 합니다. 기술과 재능과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세상, 그래서 본래의 순수함과 날것을 소환하는 일. 어쩌면 새로운 소통 문화에 있어서도 본연의 가치를 공유하는 뉴트로(newtro)가 형성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누구나 소통소통 하는데, 진짜 소통을 잘한다는 게 어떤 것일까요?

더 많은 사람과 세상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일, 다양한 관심과 열린 마음일까요?


소셜소셜하는 시대인 만큼,

우리 모두가 소통에 관한 생각을 넓히고 답을 구해보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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