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에서 자란 아이의 귀여운 착각
“커피는 역시 아메리카노지!”
대학 1학년 때 함께 무디기 지어(고향식 표현) 다니던 멤버 중 한 명은
나와 또 다른 지성과 멋을 추구하는 ‘부산 남자 부자 사람’ 친구였어.
내게 아메리카노라는 커피를 알려준 은인이라고나 할까.
그 아이가 식후 아메리카노를 너무 즐기기에 한 번쯤 빨대를 꽂아 맛을 봤는데
시골 입맛의 내게 그 커피가 맞을 리가 없었지.
밍밍하고 쓴맛을 즐기는 그 아이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
촌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정말 커피전문점이 전무한 지방에서 지냈던 나에게 있어서 커피란?
뜨거운 커피, 아이스커피, 블랙커피, 달달한 커피...
이 정도 구분이 거의 다였던 것 같아.
사실 어린 시절에 보던 맥*이 커피 경험의 최고봉이었니까.
외갓집에 가면 외숙모랑 할머니가 간혹
스댕 대접에 아주 잔뜩 달달하게 타서 쭈욱 들이키던
그 시골 커피의 감성이 더 짙게 깔려 있었다고나 할까.
(나는 어리다고 한 모금 주지도 않았던 막걸리 감성의 막 커피)
물론 십 대 후반에 친구들과 마셔 본 커피숍의 커피들도 있지만
제대로 이름을 알고 마신 것 같지는 않아.
요즘 커피 전문점이 슈퍼만큼 곳곳에 들어찬 내 고향 우리 동네를 방문할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나서 커피 전문점의 상징인 스타벅스에 들러봐.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꼭 마시곤 해.
어느덧 입맛이 고급이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적당히 늙어버린 걸까.
달달한 것들이 당기지가 않아서 그 향을 음미하는 자체가 하나의 맛이 되었지.
코로도 커피를 느낄 수가 있다니!
문득 부엌 싱크대 서랍 한편에 나뒹구는 맥*이에게 미안함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