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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Mar 01. 2024

[일상] 자연을 찾아서

하이킹 그리고 사막 소풍

자연을 좋아하는 친구는 역시 다르다. 여행 갈 때마다 늘 하이킹 코스만을 찾아다닌다. 지난겨울 스페인 산에서 하이킹하다 죽다 살아 돌아왔다던 그녀와 가족들 안 봐도 뻔하다. 그 집 하나뿐인 딸은 이제 10살이다. 어릴 적부터 산과 바다를 다녀서 그런지 하이킹에 이력이 났다. 한 살 때부터 봐온 터라 볼 때마다 쑥쑥 커나가는 게 신기하고, 최근에 엄마 따라 무에타이까지 시작한 그녀를 보니 힘든 엄마에 그 딸이다 싶다. 


유치원 시절 주말 아침이 아직도 생각난다. 눈을 뜨면 엄마아빠부터 찾았다. 어린 딸을 두고 또 어디 놀러 가나 싶어서이다. 늦잠 자면 같이 못 따라 나간다. 힘겹게 일어나 바로 나가려는 엄마 아빠를 보고 부리나케 준비해서 외출준비를 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주말여행은 계속이었다. 엉덩이가 무거워졌는지 어디 나가는 게 항상 기쁘지는 않았나 보다. 숙제 핑계 삼아 주말 나들이를 안 나가려고 하다 엄청 혼났다. 그 이후로는 찍소리 한번 못 하고 그냥 따라 나갔다. 숙제는 미리 했는지 나중에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주말마다 산, 계곡, 절, 바다 등등 놀러 다닌 기억이 가득하다. 


환경이 중요한가 보다. 내 아이는 입에 힘들다는 말을 달고 지낸다. 집 앞을 조금이라도 걸으면 차 타고 싶단다. 두바이에서 지낸 탓일까? 이곳은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어디에나 있지는 않다. 두바이힐스(Dubai Hills), 아라비안 랜치스(Arabian Ranches) 같은 대형 주거단지(gated community) 안이라면 모를까 흔하지 않다. 산책하러 차 타고 멀리 나갈 수는 없는 일이다. 마리나(Marina) 지역과 JBR(Jumeirah Beach Residence) 혹은 주메이라 공공 비치(Jumeirah Public Beach) 같은 바닷가 그리고 공원뿐이다. 차 타고 이동하는 게 보통이라 여기서 지낸 아이들이 한국만 가면 다들 깜짝 놀란다 한다. 종일 걸어야 하니깐 말이다. 


사막 소풍 장소 ( Al Qudra 마지막 exit 뒤편)


두바이에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막캠핑과 바닷가를 자주 찾는다. 캠프 사이트도 있지만 한두 번 할게 아니라면 그리고 1박을 하는 사람들은 캠핑장비를 하나둘 다 갖추게 된다. 학부모위원회에서 사막으로 소풍을 추진하길래 따라나섰다. 그 김에 접이식 의자 3개와 조그만 아이스박스를 급하게 주문했다. 해보니 알겠더라. 사막 나들이와 해변 소풍에 접이식 의자가 필수라는 것을 말이다. 취미 생활에도 소풍에도 아이템이 중요하다.  


학부모 중에 프라이빗 사막투어 사업을 하는 분이 사막 청소(clean-up) 이야기를 꺼냈고 이게 발전해서 사막 바비큐까지 일이 커지게 된 거다. 학부모 몇 명이 의기투합해 모임을 만들고 음식준비 및 프로그램을 짰다. 사업하는 분이 간이 화잘실이며 대형 카펫, 바비큐 장비 등등을 협찬해 주셨다.(인당 AED 50을 내고 바비큐까지 먹었으니 학부보들의 열정과 사업하는 분께 미안하고 고마웠다.) 여자저차 들뜬 마음에 얼씨구나 하고 신청했고 다녀와서는 그 여운이 오랫동안 남았다. 벌써 일 년도 더 된 일이지만 엊그제처럼 선명하다.  


한 시간 거리를 차를 타고 가다 보니 도로옆에 사막이 나타났다. 큰 나무 한그루가 눈에 띄었고 학교 깃발과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아이들은 마냥 신났다. 언덕 오르기도 하고 나뭇가지로 칼싸움도 하고 미끄럼들도 타고 천연 놀이터인데 위험하지 않아 흐뭇했다. 100여 명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각자 차로 긴 시간 운전해 모래뿐인 사막에 모이다니 비현실적이었다.  


대형 가리개와 테이블 그리고 간이화장실


가족단위로 많이들 오셨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온 식구들도 많았다. 여기저기서 과일을 잘라 나르고 아이들은 마냥 뛰어다녔다. 서로 처음 본 아빠들끼리는 인사를 나누고 시간을 대화로 채워가기 시작한다. 어색한 사람들도 나중에는 결국 삼삼오오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모래만 있는 허허벌판에서 4시간가량을 보내야 했으니까 달리 할 것도 없다. 메마른 사막에 사람이 모이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낭만적이었다.  강렬한 주황빛에 큰 해가 지는 풍경이 근사했다.  사막 캠핑의 매력이 무엇인지 맛보기에 충분한 날이었다. 


해지는 사막

두바이에 오래 살면서도 사막 캠핑이라는 색다른 체험이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이날 알게 되었지만 많은 분들이 가족단위로 모여 사막 캠핑을 종종 즐긴다 한다. 어디에서든 무엇이든 찾으면 길이 생기나 보다. 집 앞 근처 바닷가 가는 것도 아이짐 챙기느라 버거운데 1박 사막캠핑이라니 엄두를 못 내겠더라. 주변에 캠핑 전문가가 하나둘 나타났다.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수록 그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나누는 즐거움 그리고 캠핑의 즐거움이 눈앞에 보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더 늦기 전에 좀 알아봐야겠다. 

근처 푸자이라(Fujairah) 하이킹부터 시작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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