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이지만 태권도 잘 모릅니다.
학교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는 집에 갈 생각이 없다. 근처를 서성이다 그늘에서 쉬는 중인데 마침 못 보던 아이도 같이 놀고 있길래 누군가 하고 한참 봤다. 아이의 부모 되는 두 분이 성큼 다가오길래 반갑게 인사했다. 아이와 내가 나누는 말소리를 들었는지 한국인이냐며 묻는다. 보통 검은 머리를 하고 있다면 중국인으로 생각한다. 그분은 한국에 지냈었다며 그리고 그동안 태권도를 배웠다고 자랑스레 말씀하신다. 먼저 국적을 물어보길래 어느 나라 분인지 했더니 레바논 사람이었다.
아이에게 태권도를 안 가르치냐며 왜 그렇게 좋은 운동을 하지 않냐며 놀라신다. 본인 태권도 사진까지 나에게 보여주셨다. 몸과 마음에 너무 좋은 운동이라며 빨간 띠라고 하셨다. 내가 태권도라는 말을 듣고 고작 생각해 낸 질문거리는 검은띠냐고 묻는 질문이었다. 좀 창피했다고나 할까?
외국인중에 태권도를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몇 년 전에는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를 만나 연신 대단하다고 말씀드렸는데 자부심이 가득한 모습이 나까지 기분이 으쓱했다. 그때도 한국사람이라 그런지 태권도 얘기를 신나게 이어가는데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음...... 벌써 몇 년째 하지만 태권도에 대한 내 상식은 제자리이다.
어릴 적 태권도 도장에 가는 아이들이 꽤 있어서 알고는 있다. 난 컴퓨터 학원에 등록해 달라고 떼쓰던 시절이다. 배운 적은 없지만 그렇게 운동과 친하지 않아서 그런지 부럽지도 않았다. 아이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라테가 유행이다. 한 엄마가 가라테 운동을 시키면서 아이가 말을 잘 듣는다 하니 다른 엄마들도 바로 등록해서 우르르 다닌다. 그 모습을 지켜보니 마음이 약간 흔들리기도 했다. 운동에도 본인에게 맞는 것이 따로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전이나 지금이나 엄마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아이가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아이는 축구를 좋아한다. 매우 못한다. 공을 잘 차지도 못하고 공이 오면 피하기 무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나가서 우승하고 싶다고 한다. 장래 희망에도 유행이 있나 보다. 4학년 아이도 똑같은 말을 한다고 다른 엄마에게 들었다. 그 아이도 재능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냥 지금이 그런 시기인가 보다. 그저 엄마들은 지켜볼 뿐이다. 이 시기가 지나가기를......
아이에게 좋은 습관 그리고 평생 할 수 있는 운동을 가르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도 이것저것 일단 해보고 맘에 드는 것을 골라 도와주고 싶다. 어릴 적에 테니스, 축구, 수영, 골프 이것저것 시켜 봤는데 다 어렵단다. 아이에게 중요한 점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 그것 하나이다. 남자아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사람의 타고난 본성인지 모르겠다. 그저 아이를 보면 스포츠에 왜 남자들이 열광하는지 약간 이해가 가는 정도이다.
아이가 운동에 재능이 없다는 걸 알기는 정말 쉽다. 가족을 보면 답이 나온다. 남편과 나 둘 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류가 아니다. 생존을 위한 근육 운동은 좀 다른 이야기이다. 나이가 40을 넘다 보니 남은 여생 지금 만들어 놓은 근육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 종종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계단을 이용하다 갑자기 무릎이 아파 처박아 두었던 호랑이연고 덕을 보았다. 어찌나 효과가 좋던지 한 열개정도 쟁여두고 싶었다. 인생은 뿌린 대로 거둔다 했으니 더 늦기 전 내 몸에 근육을 열심히 뿌리고 싶다.
아이도 아이지만 내가 먼저 평생 할 운동을 좀 찾고 싶다. 테니스 역시 나이 들어까지 하기 좋은 운동이며 새로 사귄 친구 역시 테스트 대회 나갈 정도까지 애정을 갖고 있다. 또래 몇몇은 요가에 빠져있다. 나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데 글쎄다. 여기서 몇 번 공원에서 그리고 요가 스튜디오에서 해 봤는데 잘 맞지 않았다. 허리가 아파서 개인적으로 트레이너와 함께 10번 정도 하면서 허리가 꽤 좋아졌다. 그것도 그때뿐이었다. 어찌나 운동시간에 맥도널드 햄버거 생각만 나던지 더 하고 싶지가 않았다.
집에는 로윙 머신, 워킹패드, 케틀벨 그리고 아령과 고무밴드까지 다양하게 있다. 이걸 한번 잘 이용해 보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