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는 나의 힘 [꼬시]
저 놈의 누런 댕댕이
방학이 시작되면 하노이 한인들은 한국을 다녀오는 일이 많아진다
가정집 호텔링 펫시터 활동을 지인들에게 알린 후 첫 번째 고객님(반려견)? 을 만나게 되었다
미리 보호자로부터 꼬시의 기본 펫시팅을 받았음에도 두려움인지 설렘인지 헷갈리며 울려대는 심장을 나는 억지로 모른 체했다
나 보다 더욱 불안하고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보호자와 반려견을 생각했다
캐리어 속에 있는 꼬시와 간단한 인사를 하고 꼬시의 소지품을 건네받았다
•보호자님 : "가정집에서 펫시터로 활동해 준다는 소식 듣고 엄청 반가웠어요 일반 호텔은 밤이 되면 각자 개인 룸으로 들어가서 자야 하는 게 항상 마음에 걸리곤 했었거든요
우리 꼬시가 방광염 증상이 아직 남아서 가끔씩 소변 실수를 할 것 같아서 죄송해요 우리 꼬시 잘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우는 아이를 떼 놓고 일터로 가야 하는 부모의 마음 같았다
꼬시의 현재 컨디션 상태와 식성, 성격 등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알려 주셨다
꼬시의 케어를 어떤 방향으로 해야 될지 머릿속으로 시물레이션을 하면서 보호자님의 말을 잘 귀담아 들었다
가정집 호텔링 펫시터의 활동이긴 하지만 처음 보는 강아지와의 동거를 어찌 생활해야 할지 나 또한 어색하고 서툴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주말이 되면 파자마파티 이벤트를 기다리곤 했다
유치원을 함께 다니고
놀이터에서 함께 놀고,
서로의 집을 오고 가며 밥도 함께 먹던 친구와 잠까지 같이 자는 짜릿한 설렘과 황홀한 행복감을 좋아했던 것 같다
이상하게도 꼬시를 집으로 데리고 가는 순간 그때의 파자마 파티를 준비해 주던 마음 같았다
초코의 입장에서 난데없는 파자마 파티가 시작된 것이다
나의 아이가 하던 파자마 파티와는 다르게 함께 얼굴을 본 적도 놀아 본 적도 없는...
꼬시의 등장으로 불편한 파자마 파티가 될 수도 있어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나 또한 초면인 꼬시에게 밥을 챙겨 주고, 컨디션을 살펴야 하며, 함께 잠을 자야 하는 파자마 파티의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온 꼬시는 캐리어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이곳저곳을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현관문의 틈새로 들어오는 작은 바람에 보호자의 냄새를 찾고 있었다
한가하게 누워 있던 초코는 갑자기 들이닥친 꼬시의 등장을 해석하고 있었다
서로가 처음인 초코와 꼬시는 호기심과 경계를 적절히 나누며 서로의 냄새를 맡고 탐색했다
"꼬시야~~"하고
이름을 불러 주면서 물이 놓인 위치로 불러 웰컴물을 주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처음 보는 집
그리고
자기보다 크고 날씬한 저 누런 강아지
낯 선 집으로 옮겨진 이 상황에 적응하도록 기다렸다
그렇게 한두 시간을 잠도 안 자고 엎드리다 서성거리기를 반복했다
나는 이름을 자주 불러 주며 간식을 주었고, 머리와 등을 쓸어 주며 나에 대한 경계가 없어지길 기다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꼬시는 마음을 놓았고 아이들 방도 오고 가며 편안해했다
소파나 거실 귀퉁이에서 네 발을 옆으로 축 늘어지게 누워 모든 긴장을 푸는 모습도 보였다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고, 청소기를 돌리면서 들리는 생활 소음에도 살짝 실눈을 뜰뿐 다시 눈을 감았다
꼬시는 그렇게 조금씩 불안과 초조함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저물 때쯤 초코와 꼬시의 오후 산책을 준비했다
하네스와 대소변 비닐을 준비하는 작은 소음에 초코와 꼬시는 서로 경쟁하며 나에게 달려왔다
"초코야~~
꼬시야~~
산책 가자~~"
초코와 꼬시는 서로 엉키고 부딪히며 서로 하네스를 해 달라며 흥분지수가 높아졌다
나는 우선순위를 결정해야만 했다
초코와 꼬시에게 기다려야 나갈 수 있다는 싸인을 주었다
나의 싸인을 먼저 알아들은 건 초코가 되었고 하네스를 입히기 시작했다
순조로운 작업이 가능하겠다는 나의 예상은 어긋났다
꼬시에겐 초코의 하네스를 다 입기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었나 보다
초코와 나의 주변을 엎치락 뒤치락 정신없이 가로졌고 오고 가며 초코까지 흥분한 나머지 시간만 흐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강아지 두 마리를 동시에 산책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나는 하네스 두 개를 다시 바닥에 내려놓고 초코와 꼬시가 흥분에서 가라앉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나의 정적인 행동에 초코와 꼬시도 다소 얌전해졌다
나는 이번엔 꼬시에게 먼저 하네스를 시도해 보았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지?...
그 난리 법석을 부릴 땐 언제고...
얌전히도 한 발 한 발을 내주며 순식간에 하네스를 입는 게 아닌가?
꼬시의 180도 다른 행동에 내 눈이 의심됐다
그럼
아까 그 생쇼의 싸인을 내가 못 알아먹었단 뜻이라고?
자기 먼저 해 달라고 한 행동?
햐.....
하네스를 입고 있는 초코를 얌전하게 보는 꼬시한테 뭔가 내가 진 것 같은 요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때부터 꼬시의 행동을 꼼꼼히 관찰했다
한적한 공원에서 목줄을 풀어주었더니 신난 초코와 꼬시밖으로 나온 초코와 꼬시는 서로가 원하는 냄새를 찾아 킁킁거렸다
한 손에 한 줄씩 리드줄을 잡고 따라다녔다
하지만 서로의 리드줄이 꼬이고 엇갈려 나의 양손은 부단히 도 바쁘게 되었다
꼬인 줄을 풀기도 바쁜 와중에 꼬시의 리드줄은 수시로 내 몸을 당겼다
짧은 다리의 역습인가?
초코에게서는 느끼지 못 한 짧고 굵은 힘이 느껴졌다
나와 동선을 유지하며 걷는 초코와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길가에 어지럽게 자란 작은 풀조차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문이 열린 상가가 보이면 들어 가려했고, 계단이 보이면 일단은 꼭대기까지 다녀오곤 했다
어쩌다 초코가 좋아하는 장소에 오래 머물다 보면 순식간에 나타나 초코의 탐색을 방해하곤 했다
어느 예쁜 집에서 초코와 꼬시
리드줄이 팽팽해지면 자동으로 꼬시를 보며 이름을 부르다 보니 수백 번 꼬시만 부르고 온 기분이 들었다
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외둥이로 사랑받던 집에서 꼬시의 입장에선 초코가 불편한 존재가 된 것이었다
자기가 우선으로 받아야 할 사랑을 초코에게 주기 싫었던 것이다
초코보다 뭐든 우선으로 관심받고 싶어 했다
집으로 들어와 더러워진 네 개의 발과 얼굴을 씻기고 뽀송뽀송 타월로 닦아 주었다
미리 만들어 놓은 황태구이와, 닭 가슴살구이 간식을 각자의 그릇에 담아 주었다
천천히 냄새와 식감을 느끼며 먹으면 좋으련만 개눈 감추듯 홀라당 먹어 치운 초코와 꼬시였다 ㅎㅎ
신나게 달리고, 여기저기 냄새도 찾아보고, 코에 바람도 슝슝 넣고, 맛있는 간식까지 먹고 나니 세상 행복하다는 표정이다
초코의 행동을 생각보다 세심하게 신경 쓰고 질투하고 있는 꼬시의 새로운 발견이 된 산책시간이 되었다
온몸을 방바닥에 쓸어트리고 있는 꼬시의 귀여운 질투가 어디까지 나올지 궁금해졌다
글을 쓰는 내 손에 걸처서 잠을 자는 꼬시 (극한글쓰기였다는..)그렇게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오늘밤 잠자리가 바꿔서 밤잠을 잘 자려나 싶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걱정일랑 하덜덜덜.... 말라며 코를 드르렁드르렁 거리며 떡실신 모드로 잠에 취하고 자는 게 아닌가?
곤하게 자는 꼬시를 보며 나 또한 걱정일랑 하덜덜덜 안 했다
ㅎㅎㅎ
처음 보는 우리 가족과 우리 집과 우리 동네에서 하루를 보낸 꼬시가 대견스러웠다
꼬시는 그렇게 하루 밤도 안 돼서 모든 환경에 잘 적응을 했다
오늘부터 꼬시의 코골이를 들으며 자야 하는 나의 적응만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