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안 [콩이]

스트레스성 구토와 설사까지 그야말로 개고생

by 이화


"펫시터님 늦은 시간에 콩이를 맡기게 돼서 죄송합니다"


보호자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만났다


TV를 보며 야식을 먹고 있었던 남편과 방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현관문 앞으로 몰려왔다

가족들이 현관문으로 모여 드니 덩달아서 초코와 호두도

캐리어 속에 새로운 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부분 캐리어에서 나오게 되면 반려견들은 낯선 집과 사람들을 보며 불안해했다

콩이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예상은 되었다

나는 미리 준비해 놓은 물과 간식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캐리어 문을 열었다


나의 예상은 적중했다

반가운 마음에 몰려간 가족들과 친구들은 공포였으며, 낯 선 집과 냄새는 지옥에 온 것 인가 싶게 자신의 모든 몸을 움츠리고 동그랗게 말며 두려워했다


극기야는 몸 전체와 이빨까지 덜덜 떨며 두려워했다

현관문 틈으로 들어오는 작은 실바람 속에서 보호자의 냄새를 힘겹게 찾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은 낯선 가구들과 처음 맡는 냄새들을 불편해 했다

가장 안전한 곳이 된 캐리어 속에서 우리를 지켜보기만 했다


가족들은 각자 방으로 모두 들어갔고 적막해진 거실에선 콩이의 연약한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물을 먹도록 유도해 보아도 먹지 않았고, 고소한 닭고기 냄새가 나는 간식그릇을 보여 주었지만 두려움만 먹을 뿐이었다



초코와 호두는 이런 콩이의 불안한 심리와는 상관없이 콩이의 냄새를 맡고 싶어서 캐리어 주변을 탐색하는 귀여운 철부지가 되어 있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는 콩이를 불렀다


콩아~~


이모가 안아 줘도 될까?

우리 콩이 이거 먹어 볼까?


나는 최대한 천천히 말하며 콩이가 스스로 내게 오길 기다렸다


초코와 호두에게도 나의 진지함이 느껴졌나 보다

나와 콩이 사이를 가로지으며 가벼운 점프와 스킨십으로 가라앉은 공기를 환기시켜 주는 듯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콩이는 진정된 몸과 마음을 스스로 다독거리며 거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소리 없이 다니는 고양이처럼 콩이는 몸에 붙어있는 두려움과 공포를 조용하게 흘려보냈다

긴장으로 마른 목을 축일만큼의 물을 먹고는 조금씩 나에게로 다가왔다

등과 이마와 얼굴에 아직 남아 있는 두려움을 쓰다듬으며 떨궈 주었다

마음속에 고여 있는 공포가 증발하길 바라며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름을 적당한 호흡으로 불렀다


함께 살던 가족이 아닌 처음 보는 나에게 마음을 주기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임은 틀림이 없다


콩이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해야만 하는 두려움에서 이겨내려 애쓰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왜 나를 이곳으로 보낸 걸까?"
"나를 버린 걸까?"
"나를 데리고 온 저 사람이 나의 새 주인인가?"
"아.... 너무 무섭고 두렵다...."
"나는 이제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걸까?"



콩이의 눈을 통해 콩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확인하고 싶고, 물어보고 싶은 의문들을 당장은 알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다행히도 콩이 눈에 나는 과히 나쁜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보다


조금씩 나의 손 끝 냄새를 맡기도 하고, 나의 스킨십에도 거부하지 않았다

자신을 반가워하던 다른 가족에게도 다가가기도 했다

자기 보다 약간 큰 초코에게도, 자기 보다 한 참이나 작은 호두에게도 관심을 보였다


늦게 도착 한 만큼 시간은 이미 자정시간으로 흘쩍 넘어 버렸다

하나 둘 집안의 불을 끄고 희미한 거실 소등만 켜 놓았다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자리를 준비하던 찰나였다

주춤주춤 따라오던 콩이가 잠시 멈칫 멈칫하며 무언가로 인해 불편해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거실의 불을 켜고 콩이에게 가까이 갔다

콩이가 오던 걸음걸음 위치마다 선홍빛이 섞인 묽은 변들이 떨어져 있었다

조명으로 잘 못 비춘 색일 수 도 있다는 착각을 바랐는지 각도와 위치를 바꿔가며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린 선홍빛이 섞인 묽은 변인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적잖이 아니 놀랠 수가 없었다

보호자로부터 콩이의 특별한 질병이나 컨디션에 대한 펫시팅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집에 온 후로 나타난 증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도착해서 먹은 음식이라곤 물 몇 모금 밖에 없기에 더욱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된 이유를 찾기보단

선홍빛 묽은 변을 누는 원인을 찾는 것부터가 급선무였다

원인과 대처법은 네이버 검색과 강아지 전문 블로그와 유튜브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원인으로는 각종 질병 및 기생충, 항문 출혈, 장내 유해균 증식, 스트레스 등으로 나왔다


대부분 장 내 유해균으로 장내 환경이 열악해서 나타는 현상이며 갑작스럽게 변화된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 또한 무시 못 하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변화된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란 이유가 가장 유력해 보였다



처음 보는 집

처음 보는 사람들.....


다행히도 심하거나 많은 양의 설사는 아니었기에 다소 안심을 할 수는 있었다

콩이는 크게 아프거나 불편한 기색 없이 초코와 호두처럼 다시 잠을 자기 위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스럽고, 불안했지만 오늘 밤 콩이가 안 아프고 잘 자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렇게 나는 깊은 잠이 들었다


붉은 해는 새벽안개를 밀어냈고 나는 내 몸에 남은 잠을 밀어내며 일어났다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일어나는 작은 부스럭 소리에 나의 오른쪽 옆구리에서 웅크리고 있던 콩이가 나를 보고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잘 잔만큼 콩이도 잘 잤겠거니 했다


하지만,

방 여기저기뿐만 아니라 거실 곳곳에서 노란 위장점액으로 보이는 구토와 선홍색이 아닌 붉은 피가 섞인 설사 변들이 있었다


아니? 이게 다 콩이가?

그럼 밤새 구토와 설사를 했다는 건가?

세상에 이를 어째... 얼마나 힘들었을까 ㅠㅠ

잠도 제대로 못 잤겠구나 콩이가... 에궁

(누가 업어가도 모를 이 눔의 떡실신 잠 모드 때문에 나는 정말이지 전혀 몰랐기에 더욱 미안하고 미안했다)



나는 잠시 멍~~ 하게 서서는 콩이로 빙의되었고, 고요하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고통스러운 구토와 설사를 하는 콩이가 되었다



마냥 넋 놓고 감정에 빠질 순 없었다

다시 정신을 깨우고 콩이의 컨디션을 확인했다

위와 장에 있던 음식물을 모두 게워 낸 콩이는 다행히도 크게 처지거나 가라앉진 않았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초코, 호두, 콩이) 밞아서 세균 감염이 될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 빠르고 청결하게 청소를 했다



평소 루틴대로 라면 새벽산책을 나갔어야 했지만, 돌발상황에 대비를 해야만 했다


초코와 호두에게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세상 해맑은 표정으로 듣긴 했고 세상 아무려면 어떠냐는 눈빛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초코와 호두의 배려심에 나는 아침밥을 꼬봉으로 쌓았고 삶은 닭가슴살까지 듬뿍 얹저주었다



병원을 가기 전 어젯밤 너무 늦어서 연락을 못 드렸던 보호자님에게 콩이의 상황을 설명해 드렸


"이런 경우가 처음 인지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펫시터님"
"일단 병원 진료를 부탁드릴게요"
"이거 정말 죄송해서 어쩌지요 정말 죄송하게 되었어요"
(갑작스러운 콩이의 증상에 보호자님 역시 몹시도 당황하며 연신 나에게 죄송하고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셨다)


보호자님이 지정하신 병원으로 오전 진료 시간에 맞춰 서둘러 콩이를 데리고 병원을 갔다


캐리어 속에서 얌전히 숨 죽이고 앉은 콩이와 그 모습을 나 또한 숨죽이며 바라보았다


택시 창 밖의 하노이 로컬 거리를 보면서 '잠시 후면 곧 모든 게 좋아지겠지' "주사 맞고, 약 먹으면 금방 낳을 거니까'라며 내 마음을 다독거렸다

평일 오전이어서 그런지 다행히도 병원은 한가했다


콩이의 증상을 시간 때 별로 알리고 변의 상태를 찍어 놓은 사진도 함께 보여 주었다

진료를 받기 위해 콩이를 안아 주고 계시는 간호사분

나의 설명을 들은 한국어 통역사는 정확하고 이해되도록 충분하게 통역해 주셨고 바로 필요한 검사를 시작했다


검사를 하는 내내 콩이는 크게 거부하지 않아 원활한 진료를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검사 결과내역서와 자료화면을 근거로 콩이와 나를 번갈아 보면서 설명해 주었다


•선생님 : "장에 균이 있어요. 여기 보이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균들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


•펫시터 : "네.. 아... 저기 저 꿈틀꿈틀거리는 게 균인가 보네요"


•선생님 : "네 균이 많이 보여요"
"아... 그리고... 사료를 바꾸었나요?"


•펫시터 : "아니요. 사료 똑 같이 먹고 있어요"


•선생님 : "아.. 네 그럼.. 특이한 음식을 먹었나요? 아니면 심한 스트레스가 있었나요?"


•펫시터 : "아.. 사실은 제가 임시 보호자예요 콩이의 가족이 잠시 여행을 갔거든요. 이런 경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렇게 설사를 하나요?


•선생님 : "아.. 네 가족 아니에요? 어디 갔어요?.. 아 아 알겠어요 히히히" (잠시 통역사의 통역을 듣고 정리가 되었는지 이해했다면서 멋쩍은 웃음으로 나를 보았다)
가족이 갑자기 없어지면 많이 불안해서 강아지도 배가 아파요 너무 스트레스 심해서 설사도 하고요"


•펫시터 : "아.. 네.. 그렇군요"


•선생님 :"오늘 주사 맞고, 5일 동안 먹을 약 줄게요"


•펫시터 :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덜덜 떨며 진료와 주사를 맞았던 콩이는 나의 가슴에 안기고는 차츰 안정을 찾았다

엉덩이를 토닥토닥 거리며 검사 결과와 주의사항을 듣고서야 나 또한 비로소 안심했다


친절한 병원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으며 택시까지 특급 배웅을 받았다


멀리 한국에서 애타게 콩이 소식을 기다리고 있을 보호자님께도 현재 콩이의 상태를 자세하게 알려드려 안심시켜 드렸다


•보호자님 :"펫시터님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죄송합니다.
우리 콩이가 엄마가 먼저 한국을 들어가고 나서 사실 밥도 잘 안 먹고 엄마만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저도 한국을 들어가야 해서 펫시터님께 호텔링을 부탁드린 거고요. 이렇게 콩이가 분리불안이 심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네요"


•펫시터 : "아~~ 콩이가 아빠 보호자님이 있어도 엄마보호자님 없이 보내고 있었던 시간이 있었군요.
지금은 어제보다 많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요 점점 좋아질 듯싶어요 "


•보호자님 : "넵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안 좋아지면 바로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펫시터 :"네네 그럴게요 보호자님 멀리서 마음 애쓰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들어가시고요"


•보호자님 :"넵... 펫시터님도 들어가세요"


콩이의 상태를 아침저녁으로 보호자님과 컨디션 체크했다

기저귀도 잘 차고 있는 콩이

병원을 다녀온 첫날은 하루종일 약 이외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설사와 구토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비상상황이 발생될까 싶어 깊은 잠을 잘 수는 없었다

깜박 잠이 들었을 땐 점점 떨어지는 고개의 속도에 놀라기도 했다

그렇게 몇 번의 잠이 깨던 새벽 3시 쯤 일 것이다

컴컴한 거실에서 힘겨운 몸을 일으키는 콩이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홀짝홀짝 소리를 내며 물을 먹는 게 아닌가!!


하루종일 빈속에 약만 먹어서 탈수가 걱정되던 그 시점에 스스로 한 발 한 발 기운을 차려 보려는 경이로운 생명력이 느껴졌다

조금씩 밥을 먹고 있는 콩이

몇 차례를 오고 가며 많은 양은 아니지만 물과 밥을 먹으며 놀랍도록 몸이 좋아졌다


초코와 호두의 산책시간이 되었고, 산책줄을 준비하는 나를 보던 콩이는 '나도 나갈 수 있다'라고 퐁퐁 뛰었다


"그래~~ 그래~~ 우리 콩이도 산책 가자~가~~"


밤~~새 5분 대기조 쪽잠 후유증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내 몸은 천근만근이 되었고

내 눈은 초점 잃은 동태눈처럼 몽롱했다

퐁퐁 뛰는 콩이를 보니 그래도 밤새 고생한 보람과 뿌듯함에 입가에 미소가 올라왔다


'아~~~ 다행히도 어젯밤의 특급 고비가 지나갔구나 정말 이만하니 다행이다. 콩이야 밤새 아픈 몸과 씨름하느라 고생했지 오늘은 어제보다 더 더 좋아질 거야

어젯밤 우리 콩이 스스로 일어나서 물 먹으려고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는데.... 이모 맘이 어찌나 짜.. 아.. 안... 하던 지.......

보통 우리 어른들이 아플 때 꾸역꾸역 부엌으로 걸어가는 장면 같았어
아무에게도 도움 받지 않고 혼자서 자기 몸을 스스로 지켜내려는 모습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되더라 콩이야

이모와 함께 지내는 동안 더 건강해져서 신나게 산책 나가자 콩이야~~~'


초코와 산책도 잘하고 / 글쓰는 내 옆에서 껌딱지가 된 콩이

그 뒤로 콩이는 약도 잘 먹고, 밥도 제때제때 잘 먹어서 기저귀를 차지 않아도 되었다


다만, 심리적 분리불안 때문에 집안일로 왔다 갔다 하는 나를 졸졸졸 따라다녔다

앉거나, 잠잘 때는 꼭 나의 몸 일부에 붙어 있으며 불안증을 해결하고 싶어 했다

이러면 어떠고~~

저러면 어떠랴~~


비록, 지금은 나에게만 붙어 다니는 껌딱지가 되어 있지만 말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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