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시_ 5.꼬시의 넓적한 배엔 찰진 모래 반죽이

다음엔 흙투성이에 엎드리진 말아 줘~~~~ 제발

by 이화

요즘은 날씨도 선선하고 공기도 좋은 하노이 가을이다

꼬시와 초코도 이런 날씨를 알아보는 것 같다

오늘도 평상시와 다름없이 시푸차로 오후 산책길을 걷고 왔다


내가 사는 아파트 맞은편에선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영어유치원을 짓고 있다

아니다 병원을 짓는 걸로 알고 있다 등 아직 뼈대와 골절만 있는 상태라 어떤 소문이 맞을지 관심이 가는 건물이다


시푸차 산책로 가기 위해서는 차도를 건너 그 건물을 약간 지나쳐야 한다


산책 리드 줄을 짧고 힘 있게 꽉 쥔 다음 차가 오지 않을 때를 살펴본다

건너도 되겠다 싶을 때면 초코와 꼬시에게 건너자는 신호를 준다


정말 똑똑하게도 초코와 꼬시는 바로 건널목 차도를 안전하게 잘 건넌다


안전하게 잘 건너는 꼬시와 초코를 보니 내가 마치 노련한 훈련사가 된 기분이다


반대편 차선은 다행히도 아직 운행하지 않는 차도이다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안정되게 뛰다가 도로 중앙의 짧은 보도블록을 힘차게 잘도 뛴다


다 건너면 안전한 시푸차의 산책로 길이 시작된다

초코와 꼬시의 입마개를 풀어 주고 리드 줄도 넉넉하고 여유 있게 풀며 걷기 시작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각자 원하는 스타일로 냄새도 맡고 남기며 산책을 마무리 할 쯤이였다


뼈대와 골절까지만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물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 건물 앞에서는 이것저것 사용할 자재들이 쌓여 있었다

자갈들과 모래 산도 있고, 철재들이 있는 길을 지날 때였다


나는 당연히 따라오겠거니 하며 뒤를 보았다


물로 버무려진 모래와 시멘트를 사용하고 남은 흙탕물의 골짜기에서 난데없이 꼬시가 엎드려서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왜? 하필이면 거기에?'

가던 길을 멈춘 체 입술을 동그라게 모았다 깨물고 꼬으며 그대로 넋이 나갔다


꼬시를 연신 불러댔다

'꼬시야~~ 일어나자~~ 거긴 흙탕물이어서~~ 으응?'


자작자작 땅에 물까지 있으니 꼬시 입장에선 시원했나 보다



전혀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가까이 갔다

산책 리드 줄도 짧아졌다

내 쪽으로 리드 줄을 당겨도 보았다

꼼짝을 안 한다

나는 꼬시쪽으로 더 가까이 갔다

하네스의 손잡이를 잡았다

살짝 당겨 보았다

그제야 겨우 꼬시가 몸을 일으켜 주었다


오...오오오오오. 당황스러웠다


흙탕물을 벗어난 후 꼬시의 배 먼저 보았다


흐..... 흑!!!

꼬시의 넓적한 배엔 찰진 모래 반죽이 덥혀졌다

'으~~~악 으~~~~악

꼬시 배에 완전 덩어리로 붙어 있네 아코야 ㅠㅠ

일단 빨리 집에 가서 씻겨야겠다 후....'


난감하고 급한 마음이 모래 반죽만큼 젖은 한숨 소리가 절로 나왔다

집으로 오는 그 사이 젖여 있던 모래가루는 뽀얀 베이지색 미숫가루처럼 말라 있었다

샤워기 물로 살갗에 붙어 버린 모래가루들을 구석구석 꼼꼼하게 씻겼다


꼬시의 적극적인 협조로 수월한 반신욕 샤워가 되었다

배에 묻은 모래가루를 씻다 보니 얼굴도 씻게 되고, 꼬리도 씻게 되고, 네 개의 발도 모두 씻게 되었다

개운하게 샤워 한 기분이 드는지 꼬시도 한결 기분이 좋아 보였다


개구쟁이 아들들이 진흙투성이가 되도록 신나게 놀고 들어온 행복한 얼굴이다


'꼬시야~~~

그래도 다음엔 흙투성이에 엎드리진 말아 줘~~~~ 제발 ㅎㅎㅎㅎ'